치앙마이(14)
여행지에서 뭘 할까 찾아볼 때 아트 클래스, 워크숍을 늘 찾는다. 예술 활동을 하는 장소가 주는 특별한 느낌도 좋고 색깔을 섞고, 칠하는 것에 몰입하는 그 시간도, 작품을 하나 만들어 가져가 추억의 소품을 남기게 되는 점도 좋다. 현지인, 다른 여행자들과도 편하게 섞여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도 하다.
집 근처에서 바이크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카페 겸 원데이 미술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하루에 한 가지씩 추억이 될만한 일을 하는 중이라 아침에 일어나면 가기로 어젯밤에 계획을 했다.
바이크를 타고 도착했는데 카페는 관광지와 여행자들이 많이 사는 주거 공간에서 좀 벗어나 꽤 한적한 곳에 있다. 커다란 주택을 개조해 공간을 넓게 터서 시원하고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다. 식사도 파는데 그림을 다 그리고 맛있는 소고기 파낭커리도 먹었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 내가 첫 손님이었고, 미술을 하기 전에 음료 한잔을 시켜야 한다고 해서 뭘 마실까 보다가 초코라테가 시그니처라고 하길래 시켰다. 진짜 초콜릿인 듯 씁쓸하고 진했다. 120바트로 약간 비쌌다. 그림 그리면서 마시기엔 좀 텁텁해서 후회했다.
그림 그리는 공간은 이렇게나 예쁘다. 구글맵이 정보를 준대로 난이도별로 예시 사진이 많았다. 나는 레벨 1과 2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5-6장의 사진을 추렸고 선생님이 이 그림을 해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그렸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보라색 계열의 몽환적인 숲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세부적으로 얼굴 등을 자세히 그리는 건 자신이 없어서 색깔을 자유롭게 칠할 수 있는 그림들로 골랐다. 레벨 별로 거의 한 50장씩 예시 사진이 있어서 매력적인 사진이 너무 많다. 가격은 캔버스 크기별로 400-600바트 사이인데 나는 캐리어에 싣고 가기 좋고 내가 고른 그림에 적당한 450바트짜리 캔버스를 골랐다.
그림을 고르면 차분한 여자 선생님이 그림에 맞는 색깔의 물감을 짜주고, 무슨 색부터 바탕색부터 칠해보라고 가이드를 해준다. 처음에 검은색부터 보라색 계열로 점점 옅어지는 바탕색을 칠한 뒤 그 위에 에메랄드 색으로 오로라를 칠하고 나면 이 사이즈의 붓으로 검은색을 흔들면서 나무를 그려봐라, 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한 작업을 마치고 선생님을 부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면 와서 시범을 대강 보여준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여자 손님이 한 명 더 들어왔다. 자유롭게 보라색에 하얀색도 섞고 옅은 핑크도 섞도 검정도 약간 섞으며 칠해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다.
점차 완성되어 가고 마지막에 작은 붓에 하얀색을 묻혀 손으로 튕기며 흩트려 더 신비로워졌다. 아이가 된 듯 물감을 튀기면서 힐링을 했다. 다 그리고 나면 선생님이 드라이기로 말려주고 기념사진도 찍어주었다. 그림을 잘 못 그리지만 물감을 이리저리 칠하다 보니 어느새 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완성되었다. 집에 가져가 올려놓고 보면 볼 때마다 색감이 주는 힐링과 치앙마이 추억이 떠오르며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