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엔 미슐랭 밴드가 있다

치앙마이(15)

by 모네

미슐랭이 먼 길을 일부러 찾아갈 정도의 가치를 뜻한다면 치앙마이에 가서 꼭 봐야 할, 한번 빠지면 계속 보고 싶은 밴드가 있다. 한국인들 사이에선 되게 유명한데 다른 외국인들은 3D 밴드가 뭐야? 하는 그 3D밴드이다.


나도 처음엔 그 밴드를 보러 간 건 아니었다. 어떤 밴드인지 모르고 라이브바에 갔다가 보았는데 악기 연주 한 명 한 명 너무 실력이 뛰어난데 유머러스함이 있어 관객을 재밌게 한다. 특히 빠글빠글하고 어깨까지 오는 까만 머리를 흔드는 남자 보컬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보였다. 얼굴이 잘생긴 건 아니지만 막 정글에서 튀어나온 듯한 야생적이고 투박한 외모에 초콜릿색의 마른 근육의 몸을 가졌고, 머리를 흔들고 허리에 벨리댄스용 같은 걸 차고 탬버린을 엉덩이에 치며 흔들었다. 기타도 잘 치고 목소리는 꾀꼬리같이 맑고 순수한데 여성 관객을 매혹하는 퇴폐미도 있으니 사기캐 같다.


아무튼 한국인들 사이에서 엄청 유명한 밴드란 걸 알게 되었다. 그 밴드가 올린 일주일 스케줄을 따라다니며 열광하고 치앙마이 아이돌을 영접했다며 스토리에 올리고 추앙하는 한국 여자들을 보고 좀 오버스럽고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라이브바에 가면 입틀막 하고 호들갑을 떨며 전 공연을 녹화하는 한국 여자들이 있어 왜 저래, 싶었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누구라더라, 까지 관심을 쏟으며…


그다음에도 다른 재즈바에 갔다가 우연히 3D 밴드의 어쿠스틱 공연을 들었는데 수준 높은 연주와 노래에 반하여 한국에 오기 전 마지막주에 나도 그 여자들처럼 언제 어디서 공연을 하는지 찾아보게 되었다. 그곳까지 굳이 바이크를 불러 왕복 80바트 정도를 주고 공연을 보러 가게 되는 것이다. 한국오기 3일 전이여서 시간이 얼마 안 남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 나는 여기 공연 보러 갈까 하는데 오려면 와,라고 했을 때 흥미 있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막상 보면 달라질 텐데 말이야.


치앙마이에는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는 라이브바들이 많은데 혼자 가서 보기에도 좋고 비싼 음료와 식사를 시켜야 할 부담도 없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은 생수 한 병을 시키기도 하고 목테일이나 탄산음료를 시켜도 된다. 맥주가 베트남에 비해 80-120바트로 비싼 편이지만 뭐 5천 원 정도 내고 시원한 곳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본다니 너무 저렴하다. 아이들을 데려오는 사람들도 있고(술집에 아이들 데려오는 건 개인적으로는 반대이지만), 즉흥 연주 공연에는 각 나라에서 아티스트들이 무대로 즉흥적으로 올라와 공연을 한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 안 졸리면 재즈바에 가서 음악을 즐겼는데 두 달 동안 이루어진 나만의 jazz bar crawl 이야기를언제 소개해 드리겠다.


배가 고파서 팝콘을 시켜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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