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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Dec 26. 2018

비엔티엔의 우체국


딸랏사오라는 매우 후진 물건을 파는 쇼핑몰 근처에는 대규모 천막 거리의 시장이 있고, 버스 터미널이 있다. 여행자의 거리까지는 걸어서 15-20분이면 갈 수 있지만 여기가 어딘지 몰라 당황하는 여행자들을 붙잡는 툭툭 기사들이 있다. 툭툭이로 5분이면 도착하지만 2만 낍, 약 3천 원의 돈을 받는다. 그 마저도 흥정을 통해 깎은 가격이다. 현지인과 현지에 오래 산 외국인이 아닌 여행자라는 것을 금방 눈치챈 툭툭이 기사들은 툭툭이 외에는 다른 이동 수단이 없어 당황스럽다는 걸 알고 엄청난 바가지를 씌운다.


수도 비엔티엔의 우체국은 버스터미널과 딸랏사오를 지나 여행자로 가는 길에 바로 있다. 관공서 같아 보이는데 이 깔끔한 주황색 건물은 뭐지? 하고 시선을 뺏겼다. 집에 와서 구글 맵으로 확인해보니 우체국이었다.


'아 한국으로 엽서를 보내봐야겠다.'


며칠 뒤 심심한 날 하루 마음먹고 나와 우체국을 들렀다. 들어와 보니 쾌적했다. 밖은 11월에도 30도가 넘는 날씨로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났는데, 실내에 들어오니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나왔다. 저번에 우연히 들른 은행에서는 10 몇 도에 온도를 맞추어놓은 것 같이 춥기까지 했던 기억이 났다. 아무리 덥고 못 사는 나라여도 은행원, 공무원 등 전문직이면 시원하게 생활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문을 열고 나가면 정말 후진국스러운 장면이 펼쳐질 것이라고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내부 시설이 깔끔해 보이지 않는가.



좌측으로 돌면 엽서와 기념품도 판다. 여행자의 거리의 카페에서 파는 엽서보다 저렴해서 몇 개 골랐다. 직원들과 영어가 통했다.


라오스에서 산 엽서들


그래도 수도 한가운데에 있는 우체국에서 보낸, 택배도 아니고 편지도 아니고 고작 엽서 한 장인데, 1-2주면 도착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다. 애초에 큰 기대하고 보내지는 않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도착 연락을 받지 못해 분실되었구나 포기했다. 결국 두 달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한국에서 수도 비엔티엔으로 EMS를 보내면 그래도 예측한 시간에 도착하긴 한다. 그 대신 우체국에서 택배가 왔다고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면 우체국으로 찾으러 가야 한다고 한다.


라오스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운송도 발달하지 않았다. 우체국에서 집까지 배송을 해주는 게 아니다. 사실 집 주소라는 것도 제대로 안되어 있다고 한다. 도로명, 주소 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누가 어느 집에 사는지도 파악이 안 되는 것이다. 한 나라의 수도가 이 정도니 수도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누가 숲 속에 집을 짓고 사는지 그 집에는 누가누가 사는지 나라에서 알 턱이 있나. 그 집에 애들이 몇 명이고, 학교는 제대로 다니는지 병을 앓다가 결국 죽고 마는지 관심이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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