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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Feb 11. 2019

지로나에서 만난 예술가

바르셀로나 근교 소도시, 지로나


지로나 구경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열차 탑승 시간까지 30분 정도 남았다. 한 시간 더 여유 있게 끊을걸. 왕복으로 표를 끊으면 조금 더 저렴한 대신 그 도시에 더 있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열차시간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10분, 아니면 15분 정도까지 안 가본 거리로 더 걸어보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의 방향은 잃지 않도록 지로나 기차역에서 동쪽으로 몇 블럭 더 가보기로 한다.



건물들이 약간 더 단순하고 밋밋하다. 사람이 적어서 더 썰렁했다. 지로나를 흐르는 강은 더 얇고 메말라있다. 조금 전에 만났던 엽서에 나오는 풍경보다는 좀 더 사람 사는 곳 같다. 얼핏 교토의 강변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지로나의 공기를 흡수한 뒤 돌아가려고 했다. 왠지 모르게 아래의 이 벽화를 찍었다. 크게 아름답다고 느낀 것도 아닌데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마지막으로 지로나의 뭐든 사진으로 남겨가고 싶었을까.


Oriol의 그래피티


그거 내가 그린 거예요!


저 건물 앞에는 간단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낡은 테이블 몇 개가 있었고,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남유럽 출신 같은 젊은 남자가 불편한 의자지만 편하게 기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었다. 물론 자기가 그렸다는 걸 내게 알리지 않았다면 그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오, 그렇군요. 생각지도 못하게 이걸 그린 분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재밌는 일이네요!”


“맞아요. 내가 그린 거예요. 그거 말고도 내가 그린 게 여기저기 있죠. 그러지 말고 앉아서 커피 한 잔 하지 그래요.” 그가 알아듣기 쉬운 영어 억양으로 말했다.


“아, 그러고 싶은데 기차 타러 아마 10분 내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럼 잠깐 앉았다 가세요.”


“아 네. 그러면 예술가인건가요? 인상적이네요.” 둥근 테이블 앞에 마주 보고 앉으며 말했다.


그는 오리올​이라는 예술가였다. 지로나 출신인데 바르셀로나의 한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그러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저 벽화를 그린 집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하며 살고 있다.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하고 초상화, 벽화, 책 표지 등 다양한 것을 의뢰받아 그린다고 했다.


5-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대하여, 바르셀로나의 미술관, 스페인에서 미술작가로 살아가기, 내 주위 한국의 미술 전공자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좋아하는 일과 현실과의 타협 등에 대하여 아주 얕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우연한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위 스몰토크는 예기치 않은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우리는 기차 시간에 맞춰 쿨하게 헤어졌고, 나는 돌아가는 길을 알고 있었음에도 기차역으로 가는 길을 설명하는 그의 세심함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양 고마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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