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추억을 버는 방법
나는 모 아니면 도, 명확한 결정을 선호한다. 어중간한 선택이나 타협은 불편했다. 경력단절을 경험하기 전, 마지막 직장에서 서울로 이사하기 전 육아 휴직을 권유받았을 때도 내 결정은 확고했다. 미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어차피 돌아가지 않을 직장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의 가정보육도 더욱 빠르고 분명하게 결정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껏 세 살 동안 귀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가정보육을 선택했지만, 네 살이 되면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길 바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아이만 왜 유난히 힘이 들까?
네 살이 되어 어린이집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와 적응 기간을 시작했다. 또래반은 자리가 없어 한 살 어린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그 해에도 3주 동안 함께 어린이집에 머물며 적응을 도왔다. 생이별하듯 우는 아이와 억지로 떨어져 한 시간을 보내면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보내야 하나'라는 의문이 계속됐다.
밤마다 육아 관련 유튜브를 보며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그러던 중 신의진 교수님의 뇌 발달과 부모와의 애착관계에 관한 영상을 보며 마음을 돌리게 되었다. 만 3세까지의 뇌 발달은 단순한 인지 발달이 아닌 전반적인 발달, 인생의 기초를 의미했다. 불안을 키워 미래의 몇 년을 회복하는데 쓰는 것보다, 지금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함께 시간을 즐기며,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날 밤, 나는 A4 용지에 힘차게 타이핑하며 몇 글자를 적은 뒤 인쇄 버튼을 눌렀다.
4월 초, 우리는 어린이집과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나는 눈높이가 닿는 어디든 집 곳곳에 ‘사랑해, 아이야. 엄마가 노력할게. 엄마가 잘 들을게’라는 메시지를 붙였다. 이 메시지가 나의 의식과 무의식에 스며들어 진정한 변화를 일으키길 바랐다.
아이와의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깨달았고, 이번에는 좀 더 체계적이고 지혜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행복해야 그 행복이 아이와 가정에 전해진다는 사실은 이미 일 년간 경험으로 터득했다.
6년간 아이와 함께하면서 내 선택들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내 아이에게 맞는 선택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엄마만 알 수 있는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아이와 관련해서는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엄마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그래서 아이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며 동시에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이와 나의 관계는 직장 생활 전후로 나누어지는데, 나는 아이에 대해 무지했고, 배우기를 힘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장을 떠나는 것이 불안했지만, 아이와 온전히 보낸 시간은 값진 선물이었다. 이 소중한 시간을 알았다면 재지 않고, 좀 더 빠르게 결정했을 것이다. 누군가 가정보육을 고민한다면, 단번에 그 결정을 축복할 것이다. 그리고 말해줄 것이다. 이미 가정보육을 결정했다면, 불안에서 벗어나 온전히 그 시간을 누리라고. 그리고 자유하기를. 아이와 함께하는 그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