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생각을 해보자.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은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멈춘 요즘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생각이란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이다.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지거나 기억하는 것을 뜻하는 생각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어떤 일을 논리적으로 헤아려보고 내 방식으로 해석해보는 생각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사람의 두뇌가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게 밝혀진 사실이다.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참고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요약해보자면 필요한 경우에는 두뇌를 활용하여 아주 복잡한 길로 들어가 여러 가지 추론을 하지만,
또 그것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주어진 정보만을 바탕으로 많은 단계를 생략하여 결론에 이르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운전과 같이 익숙한 일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초보자의 경우에는 운전하면서 너무 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너무 많은 정보 처리를 하게 된다.
결국 운전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까지 처리하게 되면서 막상 운전에 집중할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운전에 익숙해지면 아무 생각 없이 운전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물론 초행길이라면 다시 두뇌가 작동하여 길을 잘 찾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많은 경우 운전자들은 정말이지 별생각 없이 운전한다.
이것이 두뇌의 작동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한정된 에너지원을 가지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설계된 두뇌의 작동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작동 방식을 내가 뭐라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자연의 섭리이자 진화의 과정인 것이다.
복잡한 사고가 필요한 경우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여 헤쳐나가고, 간단한 사고가 필요한 경우에는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복잡한 사고가 필요한 경우에 간단한 사고를 적용하는 경우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은 말도 안 되게 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단을 갖추게 됐지만 그 정보를 조합하고 정리할 시간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정보를 조합하고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니 방법은 정보를 간략하게 처리하는 것뿐일 것이다.
결국 쉬운 과정의 사고가 득세하게 되고, 복잡한 사고에 대한 반감이 자리하게 된다.
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쉬운 생각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건강에 관한 문제.
사람들은 의사에게서 복잡한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단순한 가이드라인만을 듣고 싶어 한다.
의사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간단한 블로그나 카페 글을 신뢰한다.
자신의 건강 문제만큼 자신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가 또 있을까?
투자에 관한 문제.
많은 사람들이 아주 간단한 정보만을 가지고 투자를 결정한다.
혹은 아무 정보도 없이 투자를 결정하다.
건강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돈이다.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하는 결정을 심사숙고 없이 쉬운 과정의 사고를 거쳐 진행한다.
본인은 심사숙고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유명한 누군가의 투자 권유를 듣고 본인도 검토를 해보니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심사숙고라는 말이 어울릴만한 과정을 거쳐 투자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결혼에 관한 문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판단을 믿지 못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자기가 판단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은 자기가 제일 잘 안다.
자신의 배우자가 될 사람도 자신의 주변 사람보단 자기가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사고를 거쳐 남들의 말을 자신의 판단 위에 놓는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들이 많이 벌어진다.
결국 간단한 사고라는 것은 간단한 결정을 위한 것이다.
간단한 결정을 하는 이유는 결정을 내리는데 들어가는 노력과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함이다.
아빠는 네가 제대로 생각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생각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생각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생각이 아니라,
나의 인생을 위해서 철저하게 고민하고 또 방황하는 진짜 생각을 하길 바란다.
진짜 생각은 너무나도 피곤하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통해서만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고 살아갈 수 있다.
생각하기를 버리는 것은 인생을 버리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