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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Feb 25. 2023

여보 그 일 그만두는 게 낫겠어

가족 에세이, 소소한 가족 이야기

2019년 3월 결혼해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결혼생활 동안 아내는 늘 나보다 성숙한 사람이었다. 그런 아내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나의 인생의 귀인이자 버팀목이 되고 있는 아내와의 대화, 갖가지 추억 등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브런치에 접속한다. 그리고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여보 그 일 그만두는 게 낫겠어"


지난 설명절 장인 장모님이 코로나에 걸리셔 인사를 드리지 못해 지난주에 처제 가족과 함께 아내의 친정을 방문했다. 저녁으로 한 식당에서 소고기&장어를 한껏 구워 먹고 근처 카페로 걸어가는 길, 날씨가 쌀쌀해져 아내와 나는 가게로 돌아가 주차해 둔 차를 가지고 카페로 가족들을 픽업 가기로 했다.


당시 나는 잇따른 제안서 작성 업무로 야근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고, 한 주간 얼굴조차 볼 시간이 부족했던 우리는 차 안에서 잠시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직장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나는 아내에게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제안서 회의 시간에 상사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점, 내 입장에서 잘 이해되지 않는 회사의 문화, 그리고 업무 시간에 가볍게 오가는 말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속사포 랩을 하듯 하소연했고, 어느새 이야기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됐다. "회사 생활이 힘들어 퇴사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고 싶어" 풀이 죽은 듯 말했다.


그동안 회사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마다 아내는 항상 조금만 더 힘내보자고 독려해 왔었지만, 이 날은 달랐다. 나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


“여보 그 일 그만두는 게 낫겠어. 지난해부터 힘들었는데, 지금까지 1년 넘게 버티려고 노력해 왔잖아. 돈도 그렇지만 사실 여보 커리어를 위해서 조금 더 버티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여보 노력한 거 내가 지켜봤으니 그거면 됐어. 대신 그만두고 게을러지는 모습은 못 보겠으니 열심히 준비해 보자”


외부 일정을 마치고 처가댁에 돌아와 아내의 대답에 대해 생각했다. 나의 결정을 아내에게 떠넘긴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스스로 고민해서 판단할 문제에 대해 아내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고, 아내는 투정 부리는 나를 지치지 않고 격려해 주고 있었다.


더 이상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자, 나를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지금 퇴사하는 게 나를 위한 선택일까?', '일을 하면서 이직을 준비하거나 사업에 대한 기반을 마련해 놓는 게 낫지 않을까?' 긴 고민 끝에 나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돌파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그것을 찾았을 때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자'


유시민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 책에서 ‘자기 결정권’ ‘자유의지’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 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인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늘 기대 왔던 아내에게 이제는 내가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아내와의 일상을 기록합니다

Quirky But Nor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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