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작가 Apr 09. 2018

유럽 대학원 합격!
근데 애는 누가 봐?

10개월 아기 엄마의 스위스 유학기 04 


유학 대상 국가로 미국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임신으로 하루가 다르게 배가 불러오는 상황에서 대학원 입학을 위한 GRE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 기준에 맞춰 전공분야 석사과정에 지원할 만한 학교가 있는 곳을 선별했다.  

영어로 수업하고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곳

전공 관련 세계적 명성이 있는 곳 (Faculty를 고려하여)

아기와 함께 정착할 수 있는 곳 (가족 기숙사, 보육시설 여부, 학교까지 통학거리 등)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는 곳 (자비유학)

동대학원 박사과정 진학도 고려해볼 만한 곳 (졸업 후 현지 취업 가능성도)


기준을 정하고 나니 가고 싶은 곳이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으로 좁혀졌다. 재정 상황과 아기와의 체류를 고려해 런던, 파리와 같은 대도시는 우선적으로 제외했다. 대학원 교수님 두 분을 찾아뵙고 추천서를 부탁드리고, CV와 학업계획서를 작성해 전문업체에 교정을 맡겼다. 학부/석사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발급받고, 장학금 신청 레터도 썼다. 


학교 프로그램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영국 대학원 4곳과 스위스 한 곳, 스웨덴 한 곳에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영국 대학원 두 군데는 Unconditional offer를, 영국 대학원 두 곳은 IELTS overall 7.0 이상 제출하는 조건으로 Conditional offer를 받았다. 그리고 두 달 후에 스위스 대학원에서도 입학 허가가 났다. 스웨덴은 아쉽게도 떨어졌다 (증명서 컬러 스캔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류 미비로 간주되어 아예 심사도 받질 못했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 최종적으로 두 군데 중 한 학교를 선택해야 했는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학업뿐 아니라 육아 환경도 고려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각자 장단점이 있었다.



1. University of Sussex, UK 

장점: 전공분야 QS 세계 랭킹 1위, 연구소의 명성이 높음, 이 분야에서는 알려져 있는 학교. 담당자에게 가족 기숙사 입주 확답 받음, 1년 만에 석사학위 취득 가능.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에 생활하면서도 영어가 더 늘 수 있을 거란 기대. 교내에 Childcare 서비스를 제공하는 nursery가 있음 

단점: 1년에 3학기 (방학도 짧은데 아기 돌보며 빡세게 공부할 수 있을까?), 비싼 학비(연 15,500 GBP. 한화 2300만 원 정도), International student에게 펀딩 가능성 적음


2. Graduate Institute Geneva, Switzerland

장점: 학비가 저렴(학기에 4,000 CHF. 한화 450만 원 정도), 2년 과정이라서 상대적으로 코스가 덜 인텐시브 할 거라 예상 (방학이 길다). 불어권이라서 학교에 이중 언어(영어, 프랑스어) 정책이 있음 (프랑스어도 늘 수 있을 거란 기대). 학교 주변에 UN을 비롯한 국제기구, 국제 NGO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인턴십, 취업 기회가 있을 듯. International student에게 펀딩이 열려 있음 (전액 장학은 연 18,000 CHF, 부분 장학금은 연 9,000 CHF, 학비 감면 등 다양한 옵션)

단점: 가족 기숙사가 있긴 하지만 수가 적어서 확답을 받지 못함. 비싼 물가 (렌트가 상상초월.. 그러나 영국 1년 기숙사비랑 비슷하긴 했다)


고민 끝에 결국 스위스를 택했다. 이쪽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여겼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 나타났다. 


첫째, 기숙사 추첨에서 1 지망으로 신청한 가족 기숙사가 떨어지고 Single Studio (1인 거주 원룸)가 당첨됐다. 영국 학교에는 안 가겠다고 얘기해버렸는데... 

둘째, 비슷한 시기에 신랑이 좋은 조건을 제의받고 이직을 하게 됐다. 전 직장을 퇴사하고 함께 떠나려 했는데, 그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지금은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당첨된 기숙사를 포기한다 (= 집을 구해 아기와 둘이 산다)

vs. 아기를 한국에 두고 혼자 출국한다. 


물론 다른 옵션도 있었다. 학교에 얘기해 입학을 1년 연기하거나 (문의 결과 스위스는 불가능했다), 학교에 어필해서 가족 기숙사를 달라고 마구마구 조르거나 (해봤지만 이미 살고 있는 세입자를 내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신랑이 좋은 직장을 얻었으니 유학을 접고 내조와 육아에 전념하며 가지 못한 길을 아쉬워하거나. 


속상함을 넘어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남자였다면 과연 이런 고민을 했을까? 아내에게 아기를 맡기고 1년간 혼자 공부하러 가거나, 배우자에게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자고 설득해 가족이 함께 떠나지 않았을까. 한국에서 아내이자 며느리이며 예비 엄마인, 여성인 내가, 남편에게 날 한번 믿고 따라와 달라고 감히 주장할 수 없었다.

결국 출산도, 육아도 내 몫이었다.   







갑자기 조회수가 몇백씩 급상승해서 놀랐는데, 알고보니 카카오톡 채널에 소개되었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비루한 제 글을 읽어주시다니, 정말 파워풀한 채널입니다. 
라이킷과 댓글, 구독으로 응원해 주신 분들께 멀리, 스위스에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다음 편도 빨리 쓰고 싶네요:D















매거진의 이전글 애엄마여도 괜찮아: 나는 왜 공부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