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과 의식의 갈등

by 유현



어렸을 때부터 느껴왔던 특이한 감정이 있다. 즐겁고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 갑자기 불쾌한 느낌이 훅 드는 것이다. 이 감정은 불쾌하다는 말 외에는 내가 아는 단어 안에선 형용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단지 불쾌하고 불편하다.


이런 알 수 없는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려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배우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찾던 답이 보이지 않을까 했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검색도 해봤지만 이 감정을 표현하는 어떠한 명칭도 찾을 수 없었다. 일단 지금까지는 그랬다.



얼마 전에도 이런 불쾌감이 들어서, 지난주 병원에 갔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즐겁거나 편안하거나 행복할 때 이런 불쾌감이 갑자기 올라온다고.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모르겠는데 초등학생 저학년일 때부터 이런 비슷한 감정을 종종 느껴왔다고.


이 말을 들은 선생님의 답변은 놀라웠고, 내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단정해서였는지, 아니면 양육과정에서 '행복하고 좋다'는 감정을 확 드러내면 안 된다는 걸 배운 건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런 습관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더 행복해지기 전에 내 무의식 수준에서 확 브레이크를 걸어버리는 거라고. 그게 어릴 때부터 습관화되어서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거라고. 고전적 조건형성의 원리처럼, '조금 더 행복해질 것 같은데?' 하는 중립자극이 조건자극이 되어 '불쾌'라는 조건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불쾌감을 막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 작용은 완전히 무의식 수준에서 일어나는 거기 때문에, 의식 수준에서 계속해서 '나 좀 더 편안해져도 돼, 행복해도 돼'라고 자꾸 말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걸 연습을 하지 않으면 무의식과 의식의 싸움에서 자꾸 무의식이 이겨버릴 것이라고 한다.



항상 이런 생각을 해왔다. '더 행복하면 나중에 더 큰 불행이 찾아올 거야. 행복의 대가로 불행이 찾아올 거야.'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 생각은 강화되었다. 너무 행복했던 어떤 시기가 끝나고 나서, 내 우울증의 원인이 되었고 <우울일기>에서도 언급했었던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최근까지도 '너무 행복하진 말아야지'라는 일종의 다짐까지 했었다.


왜 이런 인지오류가 만들어졌는지 그 원인은 너무 과거의 것이자 무의식의 수준에 있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일단 조건형성된 사고가 습관화가 되어 내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자체가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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