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일기(8)

by 유현



평소처럼 잠에 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천장을 보고 누우면 눈물이 흘렀다. 다음 날 일어났을 땐, 내가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 가지 기억이 났던 것은 잠에 들지 못하는 것조차 스스로 자책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인지했던 순간 눈물이 미친 듯이 흘렀었다는 것.


참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나를 탓했다. 그렇지만 이것도 우울증의 하나의 증상이라고 스스로 마인드컨트롤했다.



이틀 정도 후, 드디어 열차 운행이 정상적으로 되어 병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먹던 약 그대로 3주 치 약을 처방받아왔다. 그리고 그날 진료에서 선생님께 들었던 말. "다음에 왔을 땐 처음 했던 질문지 몇 문항을 선택해서 객관적으로 상태를 봐봅시다. 처음보다 나아졌을 수도 있으니."


희망적인 말이었다.




그리고 약 3주가 지난 후 병원에 갔다. 처음 왔을 때 했던 질문지를 받아 응답을 기록했다. 기록하면서도 스스로 느꼈다. '많이 나아졌구나.' 내가 응답한 질문지를 보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지금 상태 아주 좋다고.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거라고. 약을 한 번에 확 줄이기보다는 지금 용량으로 2주 정도만 약을 더 먹어보고 그때 가서 줄이도록 하자는 말을 끝으로 진료실을 나왔다.


터널의 출구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이 기특했다. 정말 끝이 없을 것 같았는데 이제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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