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by 유현


적는다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속에 있는 응어리를 풀어내기 위해 적는다는 행위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내가 느끼고 있던 그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펜을 들고 내 손으로 직접 내 생각들을 적어야만 했다.



사람은 혼자만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는 말이 있듯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언젠가 한 번은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이 마음을 내 손으로 직접 글로 쓰면 이 마음이 사실이 되어버리는 거잖아, 그렇게 내 마음을 마주하기엔 무서워.' 내 마음을 사실화하는 것이 무서웠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도 쓰자고 다짐했다. 나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계속 쓰다 보니 그 마음을 인정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왔다. 후련했다. 인정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후련했다. 세상이 인정할 것 같지 않았던 나의 마음을, 나조차도 계속 의심했던 나의 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그래서 나는 무서울 때마다 쓴다. 언젠가 나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는 걸 아니까. 그렇게 언젠간 내가 나를 구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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