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서 누군가의 영향 아래 내가 되었고,
어느 순간 만들어 갈 수 있는 나와 오버랩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쓰며 더욱 선명해졌다.
선택하지 않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것도 나이고,
내가 선택해서 만들어 가는 나도 나다.
원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자란 것을 탓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빠의 부재는 ‘아빠’라는 단어와 마주할 때마다 누군가 물어볼까 조마조마했고, 시장 입구 바닥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와 엄마의 작은 문방구는 친구들이 알아챌까 부끄러웠다. 그러나 쓰면서 알아간다. 단단한 사람이 되려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났고 사랑보다 더 큰 희생으로 키워진 나라는 것을.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좀 더 나은 선택을 위해서는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민낯의 나를 들여다보고 마주해야 하기에 펜을 든다. 만들어져 온 나, 만들어 가는 나와 마음을 터놓고 오롯한 시간을 가진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누구나 살아온 경험으로 자기 글을 쓸 수 있을 때 세상이 나아진다’라는 말을 믿는다. 나와 세상에 펼쳐질 윤슬 같은 날들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