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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 ur mind Aug 06. 2024

무엇을 해도 좋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는 나 홀로 2박 3일 - 첫째 날 이야기 (2)

비행기를 놓칠뻔했다. 


시간 계산을 하고,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가서 일을 마무리하고... 무언가 홀린 듯 서류와 책상을 정리를 하다 늦었다.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급한 일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책상 위를 정리하고 싶었던 이유는. 


'만약'이라는 두 글자 때문이었다. 

만약에, 내가 제때에 돌아와 내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이라는 생각 때문에. 


몇 년 전, 두 번의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한 번은 자궁을 떼었고, 또 한 번은 맹장을 떼었는데 둘 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서 수술을 했다. 대단한 수술을 받은 건 아니지만 수술실로 들어가는 순간, 마취제가 내 몸을 타고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그 싸한 느낌이 기억에 남는데.. 그 느낌 뒤에 늘, '만약 내가 어떻게 되면' 내가 두고 온 내 지질지질한 흔적들은 다 어쩌나 싶은 생각이 있었다. 내 몸이 떠나온 뒤 내가 없는 내 자리를 보게 될 누군가에게 민망하고 미안하고 그런 일들이 생기면 어쩌나. 그런 생각. 


그럼 좀! 평소에 주변 정리 잘하고, 구질구질한 기록들이나 자잘한 물건들 좀 쌓아두지 않고 살면 좋을 텐데. 늘 이런 식이다. 떠나는 날 내 책상이 마음에 걸려 정리를 하다 뒤늦게 택시를 잡아타고 후다닥....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면, 깨달음을 얻고 삶의 방식이 달라지면 참 좋을 텐데. 그게 쉽지는 않나 보다.


사실은 그렇게 늦었는지도 몰랐다. 온라인 체크인을 해두어서 괜찮겠지? 했다. 짐검사하고 탑승장으로 가는데 내가 타는 비행기 시간 옆에 (평소에 보지 못한 말이) 뭐라 뭐라 길게 쓰여있길래 탑승장이 바뀌었나? 생각을 한 정도였다. 그런데 다시 보니 느낌이 쎄하다. 시간을 보니... 그때부터 전력질주. 탑승장 앞은 아무도 없었고, 내가 여권을 흔들어 보이며 뛰어가니 직원들이 무전기로 난리난리. 비행기까지 버스를 한번 타야 하는데 그 차를 잡아주는 모양이었다. 베트남어로 내 귀에 들리는 말은 이것이었다. 

"한국 사람 한 명! 한국 사람 한 명 지금 간다. 잠깐만!" 

.

... 나라망신 시킨 기분이다. 


+++



3명이 앉는 이코노미석의 내 옆자리는 연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베트남 멋쟁이 커플이 앉아 있었다. 베이지색 미니스커트 투피스를 입은 여자와, 머리를 단정히 뒤로 넘긴 남자였는데... 출발 전부터 도착 때까지 그 두 사람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남자는 내내 잠을 잤다. 두 사람 관계의 문제인 걸까 너무 피곤한 남자친구를 위한 여자친구의 배려인 걸까?  혼자라서 말이 없는 나와, 함께 있어도 말이 없는 두 사람.. 이렇게 고요한 세 사람이 함께 비행기에 앉아 있었다. 


+++


Quy Nhon(퀴년) 공항은 숙소까지 4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다행히' 말이 없는 기사가 나를 태우고 조용히 갔다. 택시를 타고 그제야 비로소, 퀴년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딜 가면 괜찮을지 검색을 해본다. 숙소 근처 바닷가가 있고, 숙소에서 좀 떨어진 곳에도 좋은 바닷가가 있는 모양이다. 어떤 일정을 짤까? 생각하다가.. 다시 검색하는 것을 멈추었다. 핸드폰을 보느라 처음 와본 도시의 풍경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게 아쉬웠다. 


무엇을 하려 온 것이 아니었다. 그냥 좀 떠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1주일 전 티켓을 끊고 온 여행이었다. 예약하는 날, 정말 갈까 말까 고민을 세 시간 정도 했다. 세 시간의 고민이라는 게, 나에게는 꽤 긴 시간이라는 말인데 여행을 결정하는 일에 세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무이네를 알아보다 휴가철에 한국 사람이 잘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기도 했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문득 떠오른 지역을 고른 것이었다. 바닷가가 좋다는 이야기 하나만 기억이 나는 지역이었다. 


그렇게 처음 와보는 낯선 도시에 혼자 도착해서 설렘인지 불안감인지 모를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인 상태로 차를 타고 가며, 2박 3일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다가... 무엇을 해도 좋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창밖에는 한국의 가을들판처럼 노랗게 물든 논풍경이 꽤 오래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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