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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 ur mind Aug 05. 2024

잠은 잘 못 자고 짐은 많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는 나 홀로 2박 3일 - 첫째 날 이야기 (1)

01. 불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한동안 깊이, 오랫동안 잠을 잘 자다가 요즘 다시 새벽이면 뒤척인다. 피곤한 날에 10시 반이나 11시쯤 잠이 들었다가 아주 오랫동안 잠을 잔 것 같은 기분에 눈을 반짝. 떴는데 12시 반이나 새벽 한시인 것을 확인하면... 낭패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내가 혼자 정의한 유튜브계의 수면전문가분들이 있는데 <잠박사>와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여행> 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그냥 믿고 의지하고 틀어놓는다.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숙면주파수'를 틀어놓고 자려고 애를 써보면서 30분을 자도, 1시간을 자도 숙면을 하게 해준다면 조금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 이렇게 뭐든 잘 믿어버리고 의지하는 내가 참 얄팍하지.. 싶다가도, 만이 넘는 영상의 조회수나, 영상에 달린 수백 개의 댓글들을 보면 이 세상에는 내 동지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 못 들어 슬픈 영혼들의 처연한 댓글들을 읽다 보면, 깜깜한 밤 뒤척이는 사람들의 마음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나약해 보이는데, 그 나약한 마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 내 안에도 있음을 알고 있기에, 지나쳐지지는 않는다.


가끔은 그런 숙면주파수도 듣기 싫어지는 날이 있다. 좀 감성적이거나 진짜 고민과 생각이 많아서 잠을 뒤척이는 날. 그러면 피아노 연주를 듣거나 빗소리를 듣는다. 유튜브로 이 세상의 수많은 소리를,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소리를 찾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너무 신이 났었다. 와, 비 오는 거 좋아하는데 빗소리를 틀어놓고 잘 수 있다니! 파도소리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파도소리를 선물로 보낼 수 있다니! 너무나 신기하고 좋은 세상 아니야?라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빗소리나 파도소리에 감탄하는 지인이 세상에 많지는 않으므로. )


아무튼 오늘 새벽도 그렇게 깨다 잠들다를 반복했다. 새벽 1시에는 잠박사의 수면 주파수, (다시 깨어서) 2시 반에는 임윤찬이 연주하는 모차르트, (또 깨어서) 3시에는 '5분 후 화면이 꺼지는' 잠 잘 오는 빗소리를.. 그렇게 5시를 맞이했다. 여전히 머리가 무겁고 너무 수면부족인 거 아닌가 생각하다가.


몸을 일으키고 스트레칭을 했다. 짐을 싸야 해서.


02. 생각보다 짐이 많다.


출근했다가 점심을 먹고 공항에 가야 하는 일정이라 아침 출근길에 캐리어를 들고나가야 했다. 옷들을 집어넣고, 화장품을 던져 넣고, 어느 정도 다 넣었겠지? 생각하고 샤워를 했다. 샤워하는 동안 생각해 보니 운동복과 잠옷을 안 넣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샤워하고 나와 아침산책할 때 입기 좋은 티셔츠와 편한 잠옷을 넣었다. 많이 걸을지도 모르는데... 요즘 허리와 고관절이 안 좋으니 운동화도 넣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어 운동화를 넣으니 캐리어가 제법 꽉 찬다. 양치질을 하다 문득, 치실을 넣어야겠구나, 생각하다 보니 할머니 같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런데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영양제도 넣어야겠네... 생각하다, 혹시 모르니 감기몸살약, 소화제도 넣고, 요즘 팔목이 안 좋으니 동전파스도 넣고...  예전 같으면 생각만 하고 일들인데, 혹시 모르니 넣자!로 마음이 바뀌어 주머니를 찾아 비상약, 치실, 마스크팩 등을 넣었다. 주머니가 뚱뚱해졌다.

바닷가에서 걸쳐 입으면 좋을 것 같은 얇은 후드티셔츠를 샀는데, 막상 입어보니 별로인가 싶어 넣었다 뺐다를 여러 번 했다. 나중에 트렁크를 다시 열 때까지 내가 그 옷을 넣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들어있었고, 다행히 새벽 바닷가 산책 때 유용하게 잘 입었다.)


여행 갈 때뿐만이 아니고, 나는 대체로 짐을 많이 들고 다닌다. 고관절이 틀어져서 자주 고생을 하는데, 안 좋은 자세 탓이기도 하지만 들고 다니는 가방이 무겁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짐을 줄여보려고 가방과, 화장품 주머니와, 필통을 탈탈 털어 정말 필요한 것들만 다시 넣어보는 일을 종종 한다. 그래도 짐은 여간해서는 잘 줄여지지 않는다. 들고 나오는 것들을 백 퍼센트 다 사용하는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어떤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기에 이고 지고 다니는 일이 많다. 살짝 미련하고 어리석은 삶의 방식인걸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 상담선생님과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부분인데... 마음의 허함을 채우려는 방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십수 년 전의 이야기인데, 여전히 마음은 허하고 가방은 무거운 나란 사람.


이번 여행에도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은 책을 몇 권을 들고 갈지였다. 제일 좋은 건 패드 하나만 들고 가서 전자책을 읽는 것이지만, 종이책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니 패드도 챙겼다.  트렁크에 마지막까지 두 권의 책을 넣었다 뺐다 하다가... 정말 큰맘 먹고 한 권은 뺐다. 장하다! (들고 가는 가방에 이미 한 권 넣었음)


한 사람의 2박 3일 여행에 필요한 짐이 이렇게 많은 건 피곤한 일이다. 가볍게 훌쩍, 떠나는 삶을 바라지만 내 안의 미련들과 조바심, 허영심들이 다 복잡하게 섞이는 화학작용이 일어나서 옷도 화장품도 책도 약도.. 한가득 들어 있는 트렁크를 들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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