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가려고 티켓 끊었다는 라는 내 말에, 나의 친구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무슨소리야? 라는 반응이 나올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였다.
한동안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관계에서 경험하는 미묘한 <내 입장에서의 억울함>이 차고 넘쳤는데, 그 마음들의 끝에 남는건 상처받는다고 생각하는, 나의 나약한 마음이 초라하다는 생각이었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고, 지나치게 감정적인 내가 싫었다. 그런데 혼자서만 고요히 담아두고 아파할줄도 몰라서, 나를 알아줄 것만 같은 이를 붙잡고 내얘기 들어달라고 조르다... 이해받고싶어하는 내 모습이 또 어리석어보이고. 현타가 와서 내가 또 싫어지고... 그 순환을 몇주간 반복했다.
여행을 다녀올까? 라는 생각이 든건 막상 힘들었던 상황과 마음이 진정되고 난 뒤였다. 조금 덤덤해지고, 덜아프고, 마음을 내려놓고 난 뒤에 오는 스스로에 대한 안쓰러움이랄까, 그런 마음이 있었다. 술한잔이나, 쇼핑같은 것들로 달래지지 않을 것 같은 마음. (나는 나를 참 마음에 안들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나 끔찍히 생각한다.)
지지부진한 감정들을 나의 일상과 관련없는 곳에 두고, 버리고, 비워내고 오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하고 난 일주일 뒤, 나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2904호에서 캐리어를 열고 짐을 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