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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 ur mind May 08. 2020

이 세상의 무엇이 알까?

<뜻밖의 좋은 일> 중에서.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나의 모습이 있고, 이 세상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내 모습이 있다.


꼭꼭 숨겨놓고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나의 모습은.

캄캄한 밤에 깨어 돌이킬 수 없는 일들에 전전긍긍하는 나, 혼자 훌쩍훌쩍 잘 우는 나, 누군가의 단점을 찾아내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나, 끈기가 없고 열정이 쉽게 식어버리는 나, 허튼 일에 시간과 마음을 낭비하는 나...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는.

정이 많아 곁의 사람들에게 신경쓰여하는 나, 상처주기 싫어 고민하는 나, 사랑을 표현하는 걸 행복해하는 나, 사소하고 소중한 순간을 모으는 나, 생각과 감정의 조각들을 기록하는 나. 가끔 어린애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 소망과 꿈으로 마음을 채워놓고 설레여하는 나, 엉뚱한 생각을 하며 재미있어 하는 나...


그런데 적어놓고 보니 두 가지 모두 너무나 나답고, 따로 떼어놓고서는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국 숨겨놓고 싶은 모자란 나도, 너무나 나여서... 결국엔 함께 살아가야겠구나. 세상에 들켜버려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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