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이들을 수업할 때도 그랬고, 19살을 수업할 때도 그랬고, 모든 학생들이 지금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한 마음으로 하는 대답이 있습니다. “놀고싶어요!” 그럼 저는 대답합니다. “나도!!” 뭘 하고 놀고 싶은지 물어봅니다. 그러면 알콩달콩 뭘 할지 이야기하며 계획을 세우는 아이도 있고, 공부하러 왔는데 놀면 어떡하냐며 불안해하는 아이도 있고, 선생님이 알아서 놀아달라며 그마저도 다시 교사에게 맡기는아이도 있고, 뭘 하든 놀면 그만이라는 태평한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아보았다고 말하면 '축하한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그만큼 놀게 해 줬으니 이제 숙제 가져와 봐’라고 하는 것은 놀이와 학습은 반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나게 놀아서 몸에 힘이 자랐고, 함께 놀 친구들이 생겼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는 아이를 긍정해줄 수 있다면, 놀이와 학습은 분리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논다는 건 뭘까?>라는 책이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맑고도 깊은 마음으로 글을 쓰는 김용택 시인의 문장들이 익살맞은 그림들과 엮여 '논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 친구들이랑만 놀다가 새로운 친구가 오게 되면 가위바위보 방법, 편 가르기 방법부터가 새로울 때가 있었습니다. 놀이의 규칙도 어찌나 천차만별인지 규칙을 정하다가 토론의 장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함께” 놀기 위해서입니다. 혼자 놀면 내 맘대로 해도 되지만 여럿이 놀기 위해서는 나의 생각을 고치거나 바꿔야 할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만 한바탕 놀고 나면 내 고집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있음을 자연스레 배우게 됩니다.
꼭 친구랑만 노는 것은 아닙니다. 숲이랑, 물이랑, 강이랑, 공부랑, 책이랑, 엄마랑, 아빠랑... 놀다 보면 그 존재에 대해 알게 됩니다. 새로운 것을 보게 됩니다. 자꾸 마음이 가서 하게 되면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된다고 책은 말해줍니다. 놀아봐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신나게 놀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연령이든 새로운 세계를 보고 싶다면, 내가 가진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면 놀아보아야 합니다.
요즘 엄마는 꽃놀이 중이십니다. 아빠가 사 온 국화 화분을 흐드러지게 피워내고 그렇게 하나 두 개, 꽃밭을 일궈갑니다.
꽃과 놀며 엄마는, 최선을 다해 잎을 터뜨리는 삶을 오늘도 배워갑니다.
아빠는 글놀이 중이십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싶으셨던 아빠에게 붓은 다 피우지 못한 꽃이자 꿈입니다. 여전히 붙잡고 싶은 것들, 시간이 나면 잡고 싶었던 것들, 딸이 하고 싶다는 것들을 하게 해 주기 위해 맞바꾼 것들... 이면지 노트마다 채워진 글씨들이 마음에 걸려 캘리그래피 펜과 물감, 종이들을 사다 드렸습니다. 이렇게 쓰는거냐며 수줍게 내민 카드, 놀이는 우리를 위로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