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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산책 Oct 25. 2020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면,

시의 시작

초등학교 6년동안 글짓기반을 하며 매일 방과 후에 남아 글을 썼다. 다른 친구들은 학원을 가니 심심해서 쓰고, 제잘난 맛에 쓰고, 좋은 글은 베껴 쓰고, 상 받으려고 쓰고,

그러다가 그냥 써왔으니까 쓰고.  중고등학생 때도, 대학생 때도 떠듬떠듬 내 마음을 털어두는 곳은 결국 수첩이었다.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써 봐도 조악함을 피할 수 없었다. 글로 남겨놓은 사랑은 가볍기만 하고, 글로 남겨놓은 미래는 때론 오늘의 나를 초라하게도 했다.


“쓰고 싶은데...”

글이 익어가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그즈음이었나... 세민이는 생일 축하한다며 내게 시를 주었다. 시를 선물로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구절구절이 내 삶에 힘을 발했다.

그때 시작되었던 것 같다.


시를 남기자.


가난한 청춘이라서 더욱 넉넉하게 서로를 바라봐주려고 했던, 그때. 그때부터 차근히 글을 모으고, 쓰며 무언가를 남기려 했다.


무언가를 남긴다면 그것은 ‘문장’이었음 하는 소망이 쌓여나갔다.


세민이가 써  준 시는 여전히 나의 엉킨 마음을 풀어주는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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