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1. 18.
퇴근길, 짙어진 하늘에 떠오른 상현달이 환하게 저녁을 알린다.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진 하얀 반쪽자리 달이 내가 사는 세상을 닮았다.
착하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
모호해서는 안 되는 세상, 뭐든지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되고, 한쪽에 소속되어야 하는 세상.
오늘도 나는 그 세상 속에서 수많은 경계를 쉴 새 없이 오가며 멀미 나는 삶의 일부가 됐다.
지하철역을 나오자마자 나를 반기는 밝은 반달은 한 조각 박하사탕이 된다. 화한 민트향처럼, 저녁 하늘을 시원하게 갈라낸 반달이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생각을 잠재운다. 이제 쉼의 시간이라고 알리는 하얀 반달이 복작복작한 세상을 지나는 경계선에 왔음을 알린다. 지하철역 2번 출입구, 그 경계선을 넘어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간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