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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Dyan Jan 21. 2024

경계를 넘어

2024. 01. 18.


 퇴근길, 짙어진 하늘에 떠오른 상현달이 환하게 저녁을 알린다.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진 하얀 반쪽자리 달이 내가 사는 세상을 닮았다.

착하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

모호해서는 안 되는 세상, 뭐든지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되고, 한쪽에 소속되어야 하는 세상.

오늘도 나는 그 세상 속에서 수많은 경계를 쉴 새 없이 오가며 멀미 나는 삶의 일부가 됐다.


 지하철역을 나오자마자 나를 반기는 밝은 반달은 한 조각 박하사탕이 된다. 화한 민트향처럼, 저녁 하늘을 시원하게 갈라낸 반달이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생각을 잠재운다. 이제 쉼의 시간이라고 알리는 하얀 반달이 복작복작한 세상을 지나는 경계선에 왔음을 알린다. 지하철역 2번 출입구, 그 경계선을 넘어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간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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