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선 겉옷을 옷장에 걸어두고 옷장 문을 닫자마자 아차 싶었다. 아까 주머니에 쓰레기 넣어놨는데. 상하좌우 총 네 개의 주머니 중 어디였는지 또 가물가물해져서는 결국 네 주머니를 다 뒤져서 쓰레기를 찾아냈다. 그리고 5센트도 찾아냈다. 5센트의 위치는 오른쪽 윗주머니였다. 오른손잡이인 나에겐 다소 애매한 위치라 잘 쓰지 않는 주머니인데, 이 5센트는 어째서 거기 넣어둔 걸까?
사실 처음 꺼낸 순간에는 빛깔만 보고 십 원짜리 동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동전 앞에 쓰인 숫자는 5, 단위는 Cent. 우리나라 돈이 아니니 쓸 수도 없고, 모아뒀다 나중에 쓰기엔 모아둘 가치가 있나 싶은 작은 돈. 이걸 어쩌지 버려야 하나라는 생각에 가만히 들여다볼 때, 언젠가 이 5센트를 쓸 수 있는 곳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요즘 부쩍 돈 걱정이 늘어난 탓이다. 줄이고 줄이려 노력하는데, 정말 어디까지 얼마나 줄여야 하나라는 생각이 절약의 의지를 꺾어버리기도 한다. 멀게는 내 집 마련, 가깝게는 당장 하반기에 시작할 대학원 등록금. 그렇게 돈, 돈, 거리는 요즘에 발견한 5센트는 그냥 날 멍하게 만들었다.
이 5센트가 어쩌다 이 외투 주머니에 있던 건지, 언제부터 있던 건지 떠올려 보려 했다. 그런데 영 쉽지 않다. 내가 5센트를 마지막으로 썼을 때는 약 5년 전 포르투갈인데, 그때 뭘 하다 하필 그 넣기도 힘든 주머니에 동전을 처박아 둔 걸까.
기념품을 사다 손이 모자라 대충 보이는 대로 꾸겨 넣은 것일까.
귀국을 앞두고 남은 동전 털기를 하겠다며 주머니 여기저기에 동전을 모아놓고선 잊어버린 것일까.
에그타르트를 사 먹는 데 쓰겠다며 살포시 챙겨두고선 결국 지폐를 깨서 잊어버린 것일까.
날이 더워 입은 옷은 주머니가 없는 얇은 옷들이라 손에 든 외투의 주머니 중 가까운 것에 아무렇게나 넣은 것일까.
알 수 없다. 그런데 그렇게 ‘어쩌다’를 떠올리다 보니 ‘그리움’이 나를 덮쳤다. 왈칵.
그립다 유럽의 자유로웠던 내가.
아무렇게나 강가에 털썩 주저앉아 필름 카메라를 감던 나의 모습도.
시차로 일찍 일어나 한적한 트램을 타고선 트램의 분위기에 취해 한껏 설레던 나를.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의 전망대가 무섭지도 않은지,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한껏 가벼워진 발걸음을 자랑하던 나를.
아무 생각 없이 저 아래에 있는 벨렘탑까지 걸어갔다가 하필 휴일이라 허탕을 치고 터덜터덜 돌아오던 나도.
심심하면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어디가 비행깃값이 싼가를 쉴 새 없이 찾다가 저질러 버리던 내가.
그때 그렇게 여행에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으니, 어쩌면 지금 졸라매는 것도 당연하긴 하다. 점점 현실적인 사람이 돼가는 것 같아서 어딘지 서글퍼진다. 결국 그 5센트는 주머니에서 발견된 밤 달리 갈 곳을 찾지 못 했고, 여전히 내 자켓 앞 주머니에서 잠들어 있다. 그냥 가끔 그때의 내가 그리워질때, 널 꺼내서 만지작거려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