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08.
주홍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하늘, 노을의 정석이 아닐까.
여름이면 해가 질 무렵의 하늘은 다른 계절보다 다양한 색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 여름 중 어느 날, 기본에 충실한 노을을 만났다. 여러 색을 섞어 화려함을 뽐내기보다는 타고난 빛깔 그대로를 선보이는 노을이다. 해가 긴 계절답게 구름도 보일 만큼 밝다. 오늘의 구름은 밀대로 곧게 밀어낸 밀가루 반죽처럼 수평으로 늘어져있다. 그런 구름의 모양과 배열이 노을의 빛깔이 더 고르게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더한다. 여름날의 쨍한 또는 오묘한 색감의 노을이 얼음에 갈아낸 블렌디드라면, 오늘의 노을은 자몽을 한 알, 한 알 풀어 정성스레 만든 자몽청에 톡톡한 탄산수를 쏟아 넣은 자몽에이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