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하늘 일기 15화

향수(鄕愁)를 머금은 하늘 아래

2023. 09. 17.

by 다이안 Dyan


하늘을 가로지르는 여러 겹의 전선과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는 전봇대가 만드는 풍경을 참 오랜만에 만난다. 언제부턴가 전봇대와 고압전선은 땅 밑으로 존재를 감춰버렸다.

어린 시절 동네 골목을 그릴 때면 항상 전봇대를 그리고, 전봇대를 잇는 출렁이는 전선을 그리고 그 위에 참새 몇 마리를 얹어주곤 했다.

‘요즘 아이들의 그림에 전봇대는 없겠구나.’

‘전선 위의 참새를 세면서 놀지도 않겠구나.'


나의 어린 시절이 이제 정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돼버린 것 같다. 이렇게 또 나의 세대를 구분하는 요소를 발견하다니 급하게 나이를 더 먹은 것 같아 씁쓸하다. 갑자기 떡국을 두, 세 그릇 먹어버린 느낌이랄까.

한때는 당연했던 일상의 장면이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는 정감 가는 풍경이 돼버린 오늘이 낯설고 서글프다. 앞으로 내가 만날 변화는 얼마나 더 많을까. 그 변화를 나는 어떻게 마주하게 될까?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 걸까?
흐르는 시간을 대하는 방법은 언제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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