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05.
짓궂은 가을비는 구름을 녹여내며 공기의 온도도 끄집어 내리더니, 찬 바람만 남겨두었다. 밤새 찬 바람은 위잉-위잉- 요란하게도 불면서 창문 너머로 그 존재감을 알렸다. 어둠을 먹으며 찬 바람은 더 매섭게 날을 세운다. 매서운 찬 바람을 피해 밤새 달은 요리조리 몸을 숨긴다. 바람의 날에 베일세라 나뭇잎에 몸을 가려보고, 건물 뒤로 숨어보기도 한다. 도망자 달의 밤은 길고 길었다.
가을비가 한 점의 구름도 남기지 않고 녹여내 파란 도화지가 펼쳐진 아침이다. 파란 도화지 위에 조각 달이 걸려있다. 어제의 길고 긴 밤을 말해주고 싶은 걸까. 가을바람의 칼날이 얼마나 매서웠는지 보여주고 싶은 걸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단번에 베어낸 듯한 조각 달. 조각달에 서린 서늘함이 오늘의 가을을 더 차갑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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