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꼴라이 고골/조주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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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꼴라이 고골의 단편소설 <코>는 어느 날 갑자기 코를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남자의 이름은 꼬발료프. 8등관 소령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코를 찾기 위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코를 찾을 수 없다. 아니 아주 찾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의 코는 사람의 형상을 한 채 자신보다 계급이 훨씬 높은 5등관 복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코가 사람의 형상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래서 이 소설은 환상소설인데, 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이 작품은 "몸의 일부인 코를 이용하여 인간 세계의 불완전성과 비논리성을 폭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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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사라졌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남성성의 상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소설 속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한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꼬발료프는 5등관 복장을 하고 있는 자신의 코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귀하는 바로 제 코가 아닙니까?"라고 조심스럽게 묻는다(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5등관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코의 대답이 가관이다. "당신은 실수하고 있소. 나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이오. 더욱이 나와 당신 사이엔 어떤 밀접한 관계도 있을 수 없잖소?" 나와 나의 신체 기관 간의 결합은 필연적인 것이 아닌 단지 우연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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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발료프는 코를 찾았을까? 아니 코가 꼬발료프를 다시 찾아왔을까? 코를 찾았다한들 그 코를 원래 있었던 자리에 다시 붙일 수 있을까?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짧으니) 일독을 권한다(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조주관의 번역을 추천한다). 그런데 이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골은 이 이야기의 비현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이야기 속에는 분명히 무엇인가 내포되어 있다."라고 단언한다.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장악할 수 있다는 인간의 자신감은 착각이고 오만이다. 그 만용이 숱한 비극을 불러왔고, 이제 우리는 세상이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그래서 불가해한 곳임을 알고 있다. 인간 세계의 불완전성과 비논리성을 인정하는 데서 세계에 대한 이해가 비로소 시작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