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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Nov 02. 2021

신선하고 어설프게 질문하기

뉴스레터 뉴워커 제작기

지난달부터 뉴스레터를 제작하고 있다. 

금방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컨셉을 잡고 어떤 톤으로 무엇을 발행할지 결정하는데만도 꽤 시간이 걸렸다. 


뉴스레터 제목은 뉴워커. 프리랜서를 위한 뉴스레터를 만들자고 하다가 약간 더 시야를 넓혀 정한 이름이다. 요즘에 내 일 하고 싶어서 일벌리는 사람이 어디 프리랜서만 있나. 직장인도(함께 레터를 엮는 인숙쌤은 때론 직장인이 더 열심히 한다고 자주 말하셨다) 내 일 하려고 가랑이 찢어지는 걸 즐기면서 열심히 살더라고. 


그 뉴스레터 제작에서 내가 주로 맡은 건, 전반적인 디자인과 글 편집을 통한 톤앤매너 조절, 그리고 인터뷰 콘텐츠 제작이다. 자기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막막해 하는 질문을 던지고, 선배 뉴워커(인숙쌤)에게 답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팁터뷰라고 부르기로 했다.


난 팁터뷰에서 신선하고 어설픈 질문을 하려고 한다.

이 질문이라는게, 자칫 잘못하면 되게 뻔하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알 수 있을까요? 같은 적성고민 문답을 여기서도 하고 싶진 않다. 길이나 글의 퀄리티보다 신선한 질문을 하는 인터뷰어이고 싶기 때문!



그래서 첫 회차의 줄기는 “백수 말고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로 정했다. 집에서 일하면 쉬는 줄 알고 일이 없는 줄 아는 경우가 많다. 뭐랄까, 통장 내역서라도 들고 보여줘야 하나 싶고. '이것도 돈 버는 일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진행되는 일이고, 노동과 시간을 들여 하는 일인데. 왜 난 백수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거지?’ 그런 생각 종종 했으니까.


그리고 두번째 회차의 제목은 “SNS를 하긴 싫은데, 유명해지고는 싶어요”였다. 음… 뭐랄까, 숨만 쉬는데 돈이 들어오면 좋겠어요 같은 소원 이랄까. 바보 같지만 공감은 가는. 사실 저렇게 말은 하지만 그저 칭얼거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뿐…. 결국 누군가한테 정신철퇴를 맞고 가야 할 길을 잘 가고 싶지 않을까. 사실 난 그랬다. (히히)


오늘은 3회차의 주제가 될 질문을 뽑는 날이었다. 뭘 하면 사람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프리랜서 되는 법도 알았겠다. SNS도 다뤘겠다. 그러면 이제 일 받는 법을 말하긴 해야 할텐데. 그럼 돈얘기 해야겠네. 내 일에 가치를 매기는 법? 아니다. 이건 너무 식상하다. 무슨 세미나 이름 같아. 좀 더 막막하고, 뭘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도 몰랐던 그때의 바이브를 살리자. 그래서 나왔다. “일하고 얼마쯤 받으면 될까요?”얼마도 아니고 얼마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일단 타겟 독자가 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맞춰져 있어서다.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위한 영감노트는 인숙쌤이 맡고 있다. 물론 나중엔 팁터뷰도 더 딥하게 들어가긴 하겠지만 일단은 그렇다.


또 하나의 이유는, 레터의 말미에 구독자의 질문을 받아 그 답을 해주려고 해서다. 어떤 질문이라도 좋다고 해 놨는데,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자기 질문을 꺼내는 것도 꽤 힘들어한다. 막막하긴 한데 뭘 모르는지도 정확히 모르니까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거다. 그러니까 팁터뷰 초반 질문을 더 직관적이고 날것 같이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덧붙여서 약간 어그로를 끌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난 이 일을 하면서 어쩐지 기시감을 느꼈다. 어릴 때부터 누가 '질문해 보세요-' 라고 하거나 ‘발표해 볼사람-'이러면, 붕뜨는 시간이 싫고 다들 생각하는 거 거기서 거긴데 용기가 없어서 말 못하는 거 아니까, 대단치 않고 준비가 별로 안 되어 있어도 먼저 입을 때곤 했던 게 기억났다. 확신은 없지만 여기서 우리가 더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단 생각이었달까. 그래서였는지 커서도 어떤 주장을 꺼내거나, 질문을 하는 내가 멍청해 보이는 지를 걱정하지 않았던 거 같다. 덕분에 질문봇이 되어 인터뷰를 하고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버릴 경험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부디 구독자분들이 나의 질문을 보고 ‘이렇게 물어봐도 된다고? 그럼 내 것도 물어봐도 되나?’라고 생각해서 그냥 눙치고 있는 자신의 상태를 조금 개선해 나가는데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문턱은 내가 없앨태니까 알아서 들어오길.


뉴스레터는 11월 중 오픈될 예정이다. 원래 10월 오픈 예정이었는데… 약간 연기 되었다. 내가 인스타 썸네일만 작업을 하면 좀 더 빨리 될 거 같기도 하고! 아 근데 인스타 썸네일은 또 어떻게 만든담! 고민 되는 한 편 재미도 있을 거 같다. 난 왜 이렇게 일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 아니다. 좋아하는 걸 일로 하고 있어서 그런 거지. 그러니까 여러분 좋아하는 걸 하세요. 어떻게 하냐고 묻고 싶으면 11월에 뉴워커 구독하세요. gudok gudok us. follow follow us. 


https://www.instagram.com/iam_ne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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