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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누나 Jun 05. 2023

인생의 리부트가 필요할 때

내 안의 잠재되어 있는 감정 깨우기


오늘은 인생의 리부트(재부팅)가 필요한 시점에서 제가 어떠한 선택과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현재 모든 일을 내려놓고 제주로 내려왔다. 이 결정을 하기까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나를 위한 삶보다는 타인을 위한 일, 타인을 위한 삶을 살다 보니 '본연의 나'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업무를 위한 나, 어떤 상황이나 직위에 맞는 옷이 불편하고 몸을 지치게 할 때쯤 번아웃이 찾아왔다.


마음공부를 시작하면서 20대의 나의 무의식은 스스로에게 많은 sos신호를 보냈었다. 제가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언어도 문화도 접해본 적 없는 나라에 오롯이 스스로를 의지해야 하는 시절이었다. 그때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라와 이유 없이 맑은 하늘을 보며 눈물이 흐를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단순히 향수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8년 동안 나의 마음속 깊은 힘들을 누구에게도 공유해 본 적이 없었다.


한국에 귀국했을 때, 나는 너무나도 쉬고 싶었다. 감정 상태가 불안정했는데, 그게 내 마음에 보내던 신호였단 걸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깨닫게 된 것에 감사하며 내 삶을, 그동안에 나에게 강박처럼 사용되던 안 좋은 습관을 바꿔보고자 노력 중에 있다. 안 좋은 습관을 개선하고 새로운 좋은 습관을 길들여 몸이 적응하는 데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새로운 습관을 길들이고 좋은 습관을 본능적 욕구처럼 자동화하려면 세 달은 필요한 것 같다.


이러한 연유 때문에 제주도에 내려온 것도 있다. 현생에서 단절되는 것. 지금 있는 곳에서도 노력을 해봤지만, 환경이 바뀌지 않으니 집중하기 쉽지 않았고 내려놓음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환경 자체를 바꿔 내려놓지 못하던 것으로부터 멀어져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나의 30대의 시간은 90%가 일, 나머지 10%가 운동인 삶이었다. 체력이 좋은 편이라 정신력으로 밤샘 없이 일을 해도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정신력으로도 버티기 힘든 순간이 찾아왔다.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하면서 운동은 나에게 생존을 위한 수단이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아주 좋은 취미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자, 운동도 힘들어지고, 건강하던 나의 생체리듬은 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불면증, 게으름, 무기력 등 나와 어울리지 않던 단어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런 두려움과 불안은 폭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안 되겠다 싶어 PT를 끊었는데, 예전에는 거뜬히 들던 무게도 끙끙거리며 못하겠다고 포기해 버리는 나의 모습을 보며 단단히 무언가 잘못됨을 인지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웨이트도 싫어지고 PT 날이 다가오면 너무 가기 싫어 수업 시작 15분 전까지 '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수업을 듣곤 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실내가 힘들다면 자연이 있는 밖으로 나가자.'


그간 너무 가고 싶었던 등산을 가기로 했다. 전북에 있는 대둔산을 너무 가고 싶었지만 미루고 있었는데, 날씨가 좋은 날 혼자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숲 내음, 흩날리는 바람, 자연 속에서는 나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닌 듯 잠시 수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멈추게 해 주었다.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상에 오르자 자연경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등산을 하기로 계획한 날 새벽부터 일어나 약속을 지킨 나 스스로가 대견해졌다.


치유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일어난다. 그다음 날부터, 나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김없이 PT 수업을 받으러 갔는데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그리고 늘 끙끙거리며 포기하던 웨이트 무게보다 몇 단계 더 큰 무게를 들며 선생님과 나 또한 모두 놀라했다. 결국 '마음은 정신과 육체가 연결되어 있고, 마음을 깨우기 위해서는 육체를 움직여야 마음과 정신이 깨어나게 된다 ‘ 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난 후부터는 지속적으로 자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무기력, 불안, 우울, 갱년기 등 우리는 수많은 감정을 가지고 산다. 현대인이라면 번아웃 또한 한 번 이상 걸려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경쟁, 성취, 목표가 우선시 되는 세상에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들은 우리를 현혹하는 문구들과 불안심리를 이용하여 그들이 말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마치 루저가 된 듯,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방식은 옳은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들게 하는 마케팅 또한 많다.


인생에 답이 있는가?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답이 있는 인생을 사는가?

인생이 내가 계획한 대로 모두 흘러가 주던가?



위 모든 물음에 나는 ‘아니요'였다. 인생은 답이 없고, 자신이 계획한 대로 풀리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 그동안 스스로 삶을 컨트롤하려고 아등바등 쫓겨 끌려가는 삶을 살았을까, 이걸 깨달았을 때, 삶의 균형은 이미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목표는 즐거운 일을 하며 사는 삶이었고, 일과 삶의 균형을 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원하던 것과 반대로 흘러가게 되었다.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표를 성취하고 꿈을 이뤄도 계속되는 공허감을 멈출 수는 없었다.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무기력에 인생의 리부트가 필요하다 느꼈다. 지금은 치유, 기록 과정을 통해 내 삶에서의 자유 그리고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마음속 불씨를 일으키는 중이다.


이유 모를 공허함, 무기력을 느껴본 적 있는가?

있다면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자. 자연이 있는 곳으로 가자. 그리고 자연이 있는 길을 거닐며 온전히 현재에 집중해 보자.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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