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강에 관하여

대학] 독강, 나쁘지만은 않아요.

by Sayer

타이틀 이미지는 학과 강의실 중 한 곳을 담은 사진입니다.

이 전 수업이 독강이라서 끝나면 후다닥 다음 강의실로 이동해서 여러번 텅빈 강의실을 볼 수 있었어요.

학교는 학생들로 꽉 차있을 때랑, 텅 비어있을 때랑 느낌의 갭이 굉장히 크더군요. 이런저런면을 다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ㅎㅎ


지금은 보통 독강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신입생때를 기준으로 회상해보면,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강의수강형태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더 친구들과 같이 강의를 수강하려고 같이 수강계획을 짜고 몰려다니곤 했다.

하지만, 개인 활동시간이 절실한데다(학교 내/외부에서 공연관련 활동하러 돌아다니기 위해서 절실했다), 혼자 돌아다니는 시간이 자신의 에너지 충전 시간이라면? 독강, 좋다.


나는 1학년부터 쭈욱, 친구들과 강의수강계획을 하지 않고 혼자 짜고 혼자 듣고 했다.

1학년에는 공통수강강의가 아닌 이상,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한명씩 아는 사람을 강의실에서 마주치는 때가 잦아졌다. 공통 관심사를 가져서 강의선택이 비슷해 매번 마주치는 같은학과 친구이거나, 이전에 다른 수업 독강하다가 사귄 친구이거나, 교내 활동에서 만난 친구이거나.

점점 독강이 아닌 독강(일부러 짜맞춘 게 아닌데, 우연히 아는 사람과 같이 수강하게 되는 경우)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독강과 독강이 아닌 수강방식의 차이점을 느끼게 되었다.



아는 사람과 함께 수강을 하면,

교수님과 조교님께 가기 전에 먼저 서로에게 수업내용에 관해 질문과 답변을 해볼 수 있다. 친구들과 고민해보는 선에서 해결되는 것들이 꽤 많다.

과제나 시험에 대해서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거나, 날짜를 상기시켜주는 등 도움을 주게 된다.

경영학과의 꽃인 팀프로젝트도 아는 친구와 할때, 마음이 더 편한 편이다.

식사 약속을 잡아 같이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졸고있거나 멍때리는 서로를 깨워줄 수도 있다(ㅋㅋㅋㅋㅋㅋ).

자신이 결석하게 되는 날이라도, 같이 수강하는 친구를 통해 그날의 강의에 관한 정보와 공지사항을 확인해볼 수 있다.

친구와 함께 책임의 분산효과를 학기 초부터 톡톡히 볼 수 있다. 마음도 몸도 편한 느낌이다.



독강을 하게 되면,

보통 스스로 져야 하는 책임이 더 많아진다. 멍때리거나 졸기는 금물, 결석도 치명적일 수 있으며, 시험이나 과제 등의 수업 정보들에 대해서도 스스로가 빠삭하게 챙기고 있어야 한다.

혼밥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도, 강의 첫 시간에 들어갔을 때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강의실을 둘러보며 계속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게 된다. 처음 독강을 할 때, '나만 혼자 있는 거 아니야? 나 되게 이상하게 보이는 거 아닐까?'하고 혼자 삽질을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수업 끝나고 남아 '전 신입생이며 이 수업을 들어도 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하고 교수님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ㅋㅋㅋㅋ(더 웃긴건, 그때 독강하던 학생 중 대여섯명 정도가 나와 같은 이유로 줄을 서서, 교수님께 1:1로 의견을 구했다는 것ㅋㅋㅋㅋㅋㅋ 신입생부터 4학년까지 다양했다. 그래서 당시 교수님께서 내게 말씀해주셨다. "학생들이, 1학년이든 4학년이든 지금 똑같은 걸 묻고 있어.ㅎㅎㅎㅎ네 걱정, 그거 전혀,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 마!")


하지만, 어쩌다가 말을 붙이게 된 사람과 친구가 되는 재미가 있다. 독강을 하며 관찰해보면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독강을 한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꼭 친구가 한 둘은 생겼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취미가고. 과제를 물어보다가 인사하며 지내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다른학과 내 친구의 친구이고. 여러 상황이 있었는데, 저마다 다 재밌었다.

독강을 하다가 만난 같은 학과 친구는 다른 반이라도 더 친해지고(경영학과는 한 학번마다의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반으로 나누어 구분한다. A~E반까지 있다. 헌데, 반에도 사람이 워낙 많아서 같은 반인데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ㅜㅜ), 우연히 만난 아는 사람은 더 반가운 맘에 서로 더 챙겨주고. 더 우연히 만난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은 그 '아는 사람'을 거치지 않고도 친해지고. 그래서 독강을 즐기게 되었다.


억지로든 자발적으로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보통, 친구들끼리 강의를 들으면, 그 무리끼리만 처음부터 끝까지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독강 아닌 수강을 해보며 느꼈다. 다른 무리에는 관심을 잘 안 두게 된다.)


무엇보다도 독강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하고 친해지는 것에 대한 연습이 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여기 앉아도 될까요?'하고 빈 자리를 묻는 것도 굉장히 불편하고 쑥쓰러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여기 앉으셔도 돼요.'하고 먼저 권하거나 '아까 교수님께서 이거 어디서 구입하라고 하셨죠?'같은 질문도 할 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부끄러움을 탐. 주목받으면 얼굴이 빨개지는데, 그 빨개지는 게 부끄러워서 더 부끄러움'이라는 고민을 자기소개 페이지에 썼다가, 담임선생님의 의도 아래에 1년 내내 발표자로 많이 찍혔다. 당시에는 선생님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싫다니까 왜 계속 시키시나 ㅜㅜ 미워ㅠㅠ'
하지만, 1년 후, 부끄러움이 덜해졌고, 2년후엔 소심하게나마 자발적으로 발표를 하게 되었고, 그 후에는 면접에서도, 대학에서 발표를 할때도 꽤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독강을 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뭔가 묻거나, 인사를 건네며 친해지는 행동을 자주 하다보니 그것도 익숙해지고 나의 힘이 되었다.

독강을 하면서 체득한 친화력(이걸 친화력이라고 표현해도 되려나)은 강의 뿐아니라 캠프, 봉사활동, 후배와의 만남 등의 활동들에서 빛을 발했다.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내 이야기를 건네면 상대방도 화답해주고. (물론 항상 모든 상황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이 너무 시니컬하면 나도 포기하고 시니컬로 대하기도 했다ㅋㅋㅋㅋㅋ)



결론은?

독강, 나쁘지 않다. 좋다. 즐거운 면이 있다.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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