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도 있고, 눈 내리는 날이면 이런 날은 나가 놀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천장 뚫을 기세로 손을 들며 건의했던 날이 있었다. 몇 학년이었던가, 아침 활동 시간이 운동장에서 하는 체육활동이었던 금요일도 좋아했다.
그래도 가장 기다려졌던 것은 과학의 날이었다.
매 월 행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몇몇 달은 무슨 행사가 있었던지 이젠 기억도 안 난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행사가 4월 과학의 달, 5월 가정의 달, 6월 호국보훈의 달. 10월은 체육대회.
그 중에서 제일 좋아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과학의 달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과학 테마로 꾸며지는 교실이나 학교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4월 중 어느 하루, 과학의 날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을 구경하는 게 흥미로웠다.
참여자가 아닌 관찰자, 안 전지적 관찰자 시점.
내가 초등학생 때, 행사가 있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참여하던 프로그램은 글짓기 프로그램이었다. 논술, 창작 구별하지 않고 무조건 글짓기. 그런데, 과학의 날에는 글을 쓰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 같다. 억지로 4절지에 이런저런 상상 속 행성을 그려넣고,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붓에 하얀 물감을 묻혀서 내 그림 위로 툭툭 뿌렸다. 난 수놓은 듯한 별들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됐다. 보풀 일어난 바지처럼 보기에 안 좋게 완성되어버렸다.
기대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사실은, 그림이 어찌되든 상관 없었다.
얼른 끝내놓고 운동장으로, 다른 교실로 구경가려고 했기 때문에.
교실 밖 보도블록에는 깨진 달걀이 수두룩했다. 옥상에서부터 종이컵과 젓가락으로만 만든 달걀 보호 용기를 떨어트리고 있어서. 운동장에 있는 조회 강단에서는 많은 친구들이 열심히, 젓가락으로 콩을 이쪽 종이컵에서 저쪽 종이컵으로 옮겨담고 있었다. 운동장 이쪽에서는 이제 막 완성한 고무동력 글라이더를 날리고 있었고, 저쪽에서는 물로켓에 물 채우는 소리, 물 뿜으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과학실이었던가? 과학상자를 조립하는 무리가 있었다.
그게 제일 멋졌다. 가장 해보고 싶었다.
종이박스형 상자도 있었고, 이렇게 제대로된 연장통 같은 상자도 있었다.
왜 나는 과학상자를 선택하지 않았던가?
비싸서.
새로운 버전의 과학상자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새로운 설계와 함께 업그레이드된 장비가 꼭 몇 가지씩 추가되어 나왔다. 그리고 내 기준으로 비쌌다.
수상 기준이 뭐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린 나의 눈으로 봤던 수상기준은 가장 최신의 상자로 만든 최신의 부품을 갖춘 구조물이었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예시가 있다. 넥슨 게임이다. 과학상자는 당시 내게 넥슨 게임 속 캐시템 같은 존재였다. 게임에 재밌게 참여하고 싶으면 장비가 받쳐줘야 한다. 그리고 그 장비는 새로운 버전이 계속 나온다. 계속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