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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Jan 13. 2023

난 너를 보며, 넌 나를 보며 성장하던 경험

관찰, 피드백 그리고 성장(feat.work family)

보컬 학원에 다닐 때, 신기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하모니카처럼 빽빽하게 설계되어 있는 연습실. 피아노 하나와 사람 하나, 아니면 아주 좁은 곳은 사람 하나와 보면대 하나 그리고 의자 하나 들어가면 꽉 차는 연습실은 참 신기했다. 방음처리가 되어있다곤 하는데, 옆방과 그 건넛방 소리까지도 너무나 잘 들렸다.


그리고, 청강이라는 시스템도 신기한 점 중 하나였다.

내가 다니던 학원에서는 같은 보컬 선생님께 배우는 다른 사람의 레슨을 청강할 수 있었다.


이게 왜 신기했냐고 설명하자면, 책 공부를 할 때를 생각해 보자. 누가 문제 푸는 것을 실시간으로 옆에서 관찰하지는 않는다. 브이로그나 스터디윗미 같은 콘텐츠가 많아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책공부를 할 때 바로 옆에서 누군가의 공부하는 방식이나 문제 푸는 방법을 관찰하지는 않는다.


취업 준비 스터디를 알아볼 때 들은 바로는 NCS, 발표, 면접, 자기소개서 등에 대해서 첨삭, 풀이공유, 피드백 등을 한다고는 했다.


하지만, 공연예술분야에서 경험한 청강, 관찰과 피드백과는 다른 느낌이다. 책공부와 취업준비에서의 관찰은 보다 차가운 느낌이다.

내가 쟤를 이기고 취업한다, 성적을 높인다는 마인드가 깔려 있어서 그런가?


공연 아카데미에서는 훨씬 따듯한 관찰과 피드백을 경험했다. 아마, 함께 훈련한다는 동료애 덕이 컸던 것 같다.

어느 정도였냐면, 안무 개인 연습을 할 때, 내가 턴을 두 번 이상 못 돌고 헤매고 있다가도 옆에서 같이 하던 동료가 3~4 턴에 성공한 적이 있다. 그 동료의 턴을 관찰하다가 크게 박수를 치며 격한 포옹으로 축하해 줬던 기억이 난다. 셀프 피드백 겸 찍어둔 영상으로도 남아있다.ㅋㅋㅋ


보컬 레슨을 청강하다가는 '네 목소리/느낌에는 이 노래가 더 어울리겠더라'라던지, '저번보다 이번에 느낌이 더 잘 전달되더라. 늘었더라' 등의 정보 공유, 실력향상에 대한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이렇게 같이 성장한다는 의식을 하며, 좋은 것을 공유하고 잘한 것을 대놓고 주고받으며 응원했다.


동료의 연기, 노래, 춤 그리고 성장에 대해 나의 그것만큼이나 관심을 가졌다. 그들의 활동을 보며 내 실력 향상에 보태는 선순환도 경험했다.


예를 들면, 동료가 보컬 레슨을 받을 때, '누군가를 독려하는 내용의 노래에서 그 느낌을 잘 전달하려면 어떻게 몸을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되는지', '자연스러운 바이브레이션으로 노래 끝맺음을 하려면 어떤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훈련이 되는지'.


연기에서도 '어떤 상황을 연기할 때, 상황 설정을 어떻게 그려두는 게 좋은지', '말투를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특정 성향을 잘 드러낼지' 등을 다른 사람의 실연을 보고 참고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연기, 춤, 노래에 자료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본 영상이나 책 등의 콘텐츠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나는 함께 일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그룹, Work Family(작업 가족)를 오랫동안 꿈으로 그리고 있다.

공연분야에서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소년만화 특유의 클리셰라고만 생각하던 집단이다.

내게 공연산업 활동 시기는 공연에 대해서 해보고 싶던 것들을 하나둘 실행해 본 시기이기도 했다.

또한, 꿈만 꾸던 작업 가족을 운 좋게 경험하며 '와 이게 현실에서도 가능하구나'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과연 또 그런 작업 가족을

더 전문성을 갖추어 구성하고, 더 생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더 장기적으로 운영하며 이어갈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굶지 않는 작업 가족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지금 나의 꿈 중 하나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사진: UnsplashRobert C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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