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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Nov 22. 2023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는 정말 매력적이야!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노래, 영상, 영화의 공통점

겨울이 와서 그런지, 별다른 모임 약속을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하나도 잡지 않고 지내는 주에도 피곤하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났음에도 피로감을 느낀다. 역시 인간도 겨울잠을 자야 하는데 산업화의 폐해로 겨울에도 여름과 똑같이 일을 하는 게 문제 아닐까 생각하며 출근길에 나섰다.


사실 오늘 출근길은 어제, 그제와 비교해 봐도 평화롭지는 않았다. 마치 영화 나 홀로 집에 에서 '으악 비행기 놓치겠다!' 하며 온 가족이 야단법석을 떨며 자기 여행 가방을 챙기는 모습 같았다. 몰아치기를 하는 다급한 느낌을 선호하지 않아서, 평소에 출근 마감 시간을 이르게 계산해 둔 덕을 본 하루이기도 하다. 분명 늦잠을 잤으나, 지각은 절대 하지 않는 시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출근길을 나서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런 분주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어떤 상황을 편안하다고 여기는 걸까?'


오늘은 신호등 빨간 불도 참 많이 봤는데, 한 번 멈춰 설 때마다 한 가지씩 떠올려봤다.

영화 <오만과 편견>_키이라 나이틀리 나오는 버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노래 <보통날>_GOD

노래 <Happy Things>_J-Rabbit

넘버 <나의 방안에>_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수록곡

영화 <크루엘라>_엠마 스톤 나오는 실사 영화

그리고 자주 보는 15분 내외의 영상 콘텐츠 장르는 브이로그.

 정지 신호등 앞에 멈춰서는 만큼 생각해 보니 이 정도였다.

ㅋㅋㅋㅋㅋㅋ


모든 콘텐츠에서 공통점이 보였다. 누군가의 일상 이야기 보고 듣는 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떠올린 노래와 영화에는 각 콘텐츠의 화자가 보내는 하루 일과, 업무 루틴 등이 들어가 있다.

J-Rabbit의 "Happy Things"에는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는 것이 가사의 주 내용이다. 뮤지컬 넘버인 "나의 방안에"는 만나고 싶은 한 사람을 기다리며 설레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장면을 수십수백일 모아다가 짜집어놓은 영상을 상상하면 된다. 올해 이 뮤지컬이 영화로 개봉했다던데(국제음악영화제에서), 일반 상영관에서도 볼 날이 있기를! 이 넘버의 장면을 어떻게 구성했을까 정말 기대하고 있다.


가장 오랫동안 좋아했던 GOD의 <보통날>을 예로 들면, 편안하게 흐르는 전주를 지나 이런 가사가 먼저 등장한다. "아침이면 일어나 창을 열고, 상쾌한 공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이 뒤에 나오는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들고 만원 버스에 몸을 싣는다'는 내용은 좀 아찔하다. 뜨거운 커피를 텀블러에 담았기를 바라며 노래를 듣곤 한다. 랩 부분에서는 친구들과 모여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다는 저녁 일과를 다룬다. 주제는 이별 후 혼자가 익숙해진 것이 허전하다는 것이지만, 이 곡의 부드러운 멜로디와 일상 루틴을 들으면 기분 좋게 차분해진다.


위에 언급한 영화들은 휴식 시간에 *N탕 하곤 한다. 모든 영화에 인물들의 루틴이 들어가 있다.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무도회를 준비하는 여성 노동자가 콧노래를 부르며 집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 집의 딸들이 입거나 걸칠 것들을 하나 둘 놓는 장면, 에스텔라와 동료들이 전략적으로 도둑질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장면(작업 루틴), 앤디가 패션잡지 런웨이 매거진에 면접을 보러 가기 전에 외출 준비를 하는 것과 다른 패션 종사자 직원들이 일과를 준비하는 장면이 겹치게 편집된 장면 등을 좋아한다.

*N탕: 재감상, 3회 차, 4회 차 감상 등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다는 말.


유튜브에서 게임 스토리 영상, 시사 뉴스, 책 관련 영상, 안무 영상, 공연 영상, 영화 리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중에도 가장 많이 선택하는 장르는 브이로그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일과를 접할 수 있어서 빠져들었다. 최근에는 한 방송사에서 대학병원 인턴, 레지던트 분들의 일터 브이로그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던데. 20여분씩 공개되는 그 프로그램 영상도 찾아서 보고 있다.


학교에 다니거나 같이 훈련할 때처럼, 매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을 몇 개월, 길면 몇 년 만에 만났을 때 꼭 하는 일이 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 시시콜콜한 하루 일과를 듣기도 하고, 세상에 나 이런 사람은 처음 봤다 하며 첫눈에 반할 뻔 한 사연을 나눠주기도 하고, 어느 새로운 곳에 가서 어떤 경험을 해봤다며 새로운 경험 이야기도 해준다. 오랜 친구들과 보내는 즐겁고 편안한 느낌.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영상 콘텐츠와 영화 등을 감상할 때, 그와 비슷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힘든 하루를 보냈을수록,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나 홀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나 영상을 틀어놓고 그 편안한 무드에 녹아들 시간이 꼭 필수다.



커버 이미지 출처: 사진: UnsplashUgur Arpa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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