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yer Nov 25. 2023

별 보기를 좋아하던 소녀, 별 보기 운동하는 어른이되다

좌 오리온, 우 폴라리스를 끼고 새벽출근하는 직장인의 즐거움

교대 근무를 서기 때문에 시간 순환을 하며 출퇴근을 한다. 출근이 새벽, 아침, 오후로 버라이어티 하다 보니, 고정적인 시간에 진행되는 활동에는 참여하기 어려운 편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는 드럼 레슨을 알아봤다가 퇴짜를 맞았다. 고정적인 시간이 아니라면 레슨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차적응을 위해서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몇 달 전에 즐겨보던 브이로그 크리에이터가 재직하던 항공사를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사람의 *레이오버 시리즈를 즐겨봤던 터라 자못 아쉬웠지만, 시차 적응의 어려움에 관해서는 좀 이해할 수 있었다. 교대 근무에 국내외 시차 적응까지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그래서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항공사 직원들의 시차 적응에 비하면 나는 절반이거나 그 절반의 절반만큼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레이오버: 항공 승무원들이 비행기 착륙 지점에서 대기하는 것. 근무 스케줄을 나가는 것, 돌아오는 것으로 짝지어 계획하는 것 같다.


시차 적응하는 방법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시차 적응의 어려움을 희석해 줄 만한 즐거움을 찾는다. 시차 적응의 고통에 대한 진통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가장 힘든 스케줄은 겨울 새벽이다. 살아온 인생 중 대체로 올빼미형 생활을 했던 터라 안 그래도 이른 기상이 어려운데, 겨울엔 새벽이 정말 까맣다. 까맣고 추워서 머리도 몸도 더 무겁다. 하지만, 겨울 새벽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한 가지 있다. 별 관측하기에 아주 좋다는 것이다. 생활반경이 건물과 밤 불빛이 빽빽한 도심이 아니라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십 대 때, 구름이 없는 날이면 매일 밤 망원경을 들고 나서서 달과 별을 관측했다. 어디 기록하거나 인증하려던 게 아니라, 순수하게 관측하는 순간을 즐겼다. 무슨 자리 유성우, 월식 등의 소식을 들으면, 눈을 부릅뜨고 밤잠을 참아가며 기다렸다가 돗자리를 들고 패딩을 입고 나가 누워서 라이브 유성우 쇼를 감상했다.ㅋㅋㅋㅋ 올해 내내 국내 은하수 관측 명소를 온오프라인에서 수소문했는데, 시즌을 놓쳤다. 아마, 은하수를 관측하러 가서도 사진을 찍기보다는 눈에 담기 바쁠 것이다. 그리고, 처음 볼 때 아주 엉엉 울 것 같다. 벌써부터 감격에 차 실컷 우는 내가 그려진다. ㅋㅋㅋㅋㅋㅋ

나는 이 정도로 천체 관측, 별자리에 흥미를 갖고 있고, 재밌어한다. 그래서 힘겨운 겨울 새벽 출근에 효과 좋은 진통제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새벽 출근 때는 습하지 않고, 바람도 불어서 구름 한 점 없는 새벽하늘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주차를 마치고 잠시 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었다. 회사로 걸어 들어갈 때는 좌측에 오리온, 우측에 *폴라리스를 동반했다. 아주 위풍당당하게 걸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보는 시간인데 뭐. ㅎㅎ

*폴라리스 = 북두칠성.

2023.11. 직접 찍은 폴라리스(북두칠성)와 다른 별들


눈이 오거나, 습기가 있어 안개가 끼면 이 잠깐의 즐거움마저 못 누리게 된다. 그런 날은 다른 날보다 다소 힘들지만, 다른 날 또 밝은 달이나 익숙한 별자리들을 볼 것을 기대하며 힘을 끌어올린다. 그런 날 끌어올려서 미리 당겨 쓴 에너지는 다음에 천체 관측을 하는 날 충전될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 <마션>을 읽은 덕분에 막아낸 대참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