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는 이유, 재밌음. 그리고 '일상에서 예기치 않게 활용 가능'!
도서관이나 서점, 북카페. 이 공간들처럼 책이 많은 곳, 내가 그 책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마음 가는 대로 꺼내 읽을 수 있는 곳에 가면 나는 사냥모드로 돌입한다.
평소에 다양한 책을 읽는다. 전공서, 기술전문서적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소설, 에세이, 만화, 과학주제, 사회과학, 직업, 경제경영, 자기 계발 등 선택하는 분야가 다양하다.
어떻게 그렇게 읽냐는 질문을 들은 적 있는데, 지금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재밌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너무 솔직하게 대답하면 재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아 오늘은 그 분야가 눈에 띄더라고요 했다. 음, 이게 더 재수 없었을까? ㅋㅋㅋㅋ
책을 읽고 나서 꼭 적용해야 적성이 풀린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의 독서 철학을 들으면서 내 독서 습관을 돌아봤는데, 나는 딱히 꼭 써먹기 위해서 독서를 하는 편은 아니다. 가끔 필요에 의해 책을 읽을 때도 있지만, 대다수의 책은 그냥 그 시기에 가장 흥미로워하는 분야에서 가장 읽어보고 싶었던, 혹은 가장 대여하기 편했던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꼭 실용서를 읽지 않더라도, 소설을 읽고 나서도 일상에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근래에 이사 준비를 할 때였다. 나는 이사 전에 미리 귀중품을 자차에 옮겨두곤 한다. 이번에 내가 귀중품으로 분류한 물품 중에서 노트북이 있었는데, 문제는 이사하던 때가 새벽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쌀쌀한 날이었다는 것이다. 노트북과 패드 등을 차로 옮겨두려고 방에서 들고 나오다가 문득 얼마 전 읽은 소설 <마션>이 떠올랐다.
<마션>에서 주인공은 화성에서 노트북 액정이 얼어버렸다고 했다. 노트북 가방을 차로 옮겨두려다 말고 "아! 노트북 액정 LCD의 L이 Liquid(액체)의 L 이랬어! 이거 갖고 나가면 100% 망가질 거야! 내일 옮겨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깨달음을 얻은 눈빛으로 그 말을 외친 뒤에 양손에 들고 있던 액정 기기들을 다시 방으로 들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은 겉보기에 꽤 우스웠던 모양이다. 가족들 말을 빌리자면, '갑자기 머릿속 생각을 말하더니 휙 들어가더라'라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경험으로 경제경영실용서나 습관에 관한 다양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문학까지도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나는 꼭 도움을 바라며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꼭 책을 탐하는 제2의 나, 아주 탐욕스럽고 지치지 않는 나, 봉인되어 있던 나를 깨우는 것 같다. 재밌는 목표물을 사냥하듯이 책을 고르고, 읽는다. 고르고, 읽고, 그것을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활용하거나 생각과 감상을 적거나 말함으로 나누는 것 모두 즐겁다.
커버 사진: Unsplash의 Nicolas Lob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