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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Mar 11. 2024

엄마와 함께하는 공연앓이는 재밌고 즐거워!

부산에서 드디어 만난 유령,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모녀 관람기

딸램은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초연 공연을 봤다.

그리고 공연 중간, 인터미션(휴식) 시간에 로비에서 대기를 하다가 귀여운 모녀를 발견했다.


딸은 류정한 배우의 팬이었고, 엄마께 류 배우의 멋짐과 의외의 약점 등등을 열성적으로 전파하고 있었다.

엄마는 딸이 마니아의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처음 보시는 듯했다.


"어머어머, 그렇게 좋아? (나이를 들으시고는) 엄마 뻘이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멋지고 귀여운 게 중요한 거야 엄마, 들어봐."


인터미션 시간이 부족할 만큼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경청하게 되었다.

딸이 뜨겁게 사랑하는 취미를 엄마와 공유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일방적인 대화에 귀 기울이며 반응하시는 어른의 모습도 따듯하고 귀여우셨다.


그땐 내 공연 마니아적 기질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자각하지 못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냥 '음, 저 모녀는 귀엽네. 취미를 공유하면 저런 모습이 보이는 거구나'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대구뮤지컬아카데미에서 배우 훈련을 할 때, 딸램은 스스로의 공연에 대한 열정의 뿌리를 파헤치다가 알게 되었다.


"아, 이거, 엄마로부터 시작된 거였구나!!!"


어릴 때, 어린이날 선물로 장난감, 용돈 등이 아니라 어린이 뮤지컬 관람을 선물 받는 게 아주 익숙했다.

관람한 공연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 작품은 97년 어린이뮤지컬 정글북.

엄마께서 연주회, 공연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시기도 했고, 아이에게도 즐거운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하셔서 기회가 될 때마다 보여주셨다고 하셨다.

엄마도 모르셨을 것이다. 딸램이 그 경험을 기점으로 공연 마니아가 되고, 성공한 덕후가 되겠다며 공연 전문가 훈련을 거칠 줄은 말이다.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엄마와 딸램 모두 공연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래서 부산 여행의 주된 목적이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관람하기"에 대해서 엄마도 딸램만큼이나 많은 기대를 하셨다.



공연을 보고 돌아온 숙소에서, 엄마와 딸램은 오전에 자전거를 달렸던 여파로 피곤한 다리에 팩을 하면서 오페라의 유령 넘버를 복습하다시피 들었다.


난 이 장면이 좋더라. 내 옆자리 아가씨는 엉엉 울더라.

음향효과가 엄청나더라. 마치 내가 그 시기 그 극장에 있는 것 같았다.

샹들리에 크고 화려하더라.

조승우 배우 왜 호평하는지 알겠더라. 연기랑 노래를 그렇게 잘하다니 처음 봤는데 왜 잘한다 잘한다 하는지 알겠더라.

의상도 조명도 화려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거 내(엄마) 취향이다. 너무 좋다.

유령의 밤의 노래 너무 좋아하는데, 짱 잘 표현해 주셔서 행복했다.

어 나도 그 노래 좋아. 그럼 한 번 더 듣자. (한 번 다 들음) 아 또 듣자 (들음) 계속 듣자 (수 번 반복재생함)


여행에 다녀와서 엄마는 친구들과 자매들에게 "나 조승우 봤어, 나 오페라의 유령 봤어. 부산에서! 숙소 바로 옆 극장에서!"라고 자랑을 하셨다.

그리고 한 달 넘게 오페라의 유령 넘버를 흥얼거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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