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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Sep 03. 2024

잘 어울리는 옷 처럼, 내게 어울리는 분위기를 찾아서.

track3 부끄럼 멜로망스

즐겁게 감상했던 슈퍼밴드2를 보다가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을 팀원들과 편곡하고 의미있는 연출까지 해서 준비한 참가자는 상대팀에 패한 뒤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는데도 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해당 팀의 공연 직후 다른 참가자들이 하던 감상평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본인(목소리, 분위기)에게 맞지 않는 느낌을 한 것 같다."


프로, 직업의 세계로 가려고 할 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내게 어울리는 것'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


잘 어울리는 옷을 입은 듯이, 애쓰지 않아도 내 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리는 곡이 있다.

반면, 정말 좋아하는 장르 또는 곡인데 표현하기가 영 어려운 곡이 있다. 아빠 신발을 억지로 끌어 신고 어기적어기적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곡이 있다. 그런 곡도 오랜시간 궁리하고, 시뮬레이션하다보면 표현이 되기는 하지만, '내게 잘 어울리는 느낌'에 비해서는 시간도 에너지도 많이 들고, 들어간 노력에 비해서 결과물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뮤지컬 공부를 할 때, 나는 강렬한 곡에 끌렸다.

유린타운에서는 It's A Privilege To Pee 그리고 Snuff That Girl.

둘다 억센 성향의 캐릭터들이 부르는 격한 곡이다.

하지만 연구하고 연습한 것에 비해서 표현은 안 되는 것을 느꼈고, 캐릭터 오디션에서 각 배역에 찰떡인 동료들의 표현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건 내게 맞는 옷이 아닌거구나'

아쉽지만 인정해야했다.


당시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곡은 Wicked라는 뮤지컬에 나오는 발랄한 곡, Popular.

유린타운에서는 Mr. Cladwell 넘버에서 샤바샤바(?)를 잘 하는 클로드웰의 비서 부분을 표현했을때, 그리고 레슨에서 어렵게만 느끼던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을 불렀을 때 동료들의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나서도 나는 내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ㅋㅋㅋㅋ

예전에는 어서 빨리 나와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찾아 탐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취미로 노래를 하는 지금은 이 두리번거리는 활동도 즐기고 있다.

자주 들었던 좋아하는 곡, 몇 번 들어본 덜 익숙한 곡 등을 다양하게 표현해볼 수 있다.

'해야만 한다'보다는 '우왕 해보자!'하는 마음가짐이 좀 더 내 의욕과 자유로움과 꾸준히 하는 힘을 불러일으킨다.


악을 써서 고음을 내며 발산하는 부분 없이 매력적인 지난 곡 Sway와 비슷하지만 다른 곡을 찾아나섰다.


[이 주의 보컬 곡을 고를 때 염두에 둔 요소]
- 한글로 된, 잘 알고 있는 곡
- 리듬이 통통 튀는 곡
- 발랄한 곡(묵직 or  진득 X)


[화성학의 필요성을 깨달음]

대학에서 작곡 강의를 수강했다. 작곡은 참 어려운 작업이며, 나는 눈에 띄는 재능이 있진 않구나 하고 깨달은 강의였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보컬에도 아주 유용한 가르침을 얻기도 했다. 각 악기에 맞는 음역이 있어서, 그 악기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음역을 생각하며 작곡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악기 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음역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그걸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말이다.


이곡 “멜로망스의 부끄럼”은 반주가 다양하게 있었다. 여러 반주 중에서 가장 리듬이 잘 들리고, 보컬에게 노래 신호를 잘 주는 반주 두 가지를 뽑아뒀다.

하나는 여자 키, 다른 것은 남자 키 반주였다.


남자 키 반주로 부르면 숨소리, 멜로디 변화로 곡의 느낌을 표현하기가 불편했다.

그런데 여자 키도 뭔가, 내가 용이하게 표현하기에는 안 맞았다. 조금 높았다.


사람은 필요에 의해서 공부할 때 가장 학습이 잘 된다던데.

보컬을 할 때마다 어깨 너머로만 듣던 '화성학'을 공부하고, 기타와 피아노 코드 연주 연습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


내가 연주 및 편곡을 할 줄 알면 더 폭 넓은 장르 다양한 곡을 내방식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설레는 생각으로 책 한권을 주문하기에 이르렀고, 어느덧 책장에 꽂혀 있는 ’실용음악 초보자용 화성학 책‘! 잘 활용해보자!



*부르는 내내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그대가 보시기에”라는 넘버가 떠올랐다. 분위기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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