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통학 등교생의 시선으로 리뷰하는, 나의 해방일지

통학/통근러의 피곤을 담아낸 작품, 이 리뷰에 로맨스얘기는 없어요ㅋㅋ

by Sayer

대학 내내 편도 2시간, 왕복 4시간 통학을 했다. 한 번은 동기와 함께 콘서트에 갔다가 집으로 가는 차가 끊겼다. 그래서 학교 근처에 있는 동기의 하숙집에서 하루 숙박을 했다. 그렇게 다음날 신세계를 알게 되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학교가 있고, 강의실까지는 10분이 채 안 걸린다니!


우스갯소리로 편도 2시간 통학자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동트기 전에 집을 나서서 학교 도착하면 해가 떠있고, 노을 지기 전에 학교를 나서면 집 들어가는 길에서는 달과 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생활 반경이 좁을수록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그전까지는 인식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네 하숙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깨달았다.


그런데, 내가 도보 5분 거리 자취생활을 상상도 못 했던 것처럼, 편도 몇 시간의 통학 또는 통근을 상상도 못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간접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콘텐츠가 있다. 방영중일 때는 안 보다가 뒤늦게 정주행 했다.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

주인공 남자 배우가 아주 인기를 끌었는데, 나는 그 양아치 미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취향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시놉시스를 읽어도 별로 당기지 않아서 한창 방영중일 때 한 번도 보질 않았다.


그러다 드라마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 친한 언니로부터 추천받았다. 그 언니는 내게 <나의 해방 일지>를 추천하면서 주의사항도 말해줬다.

"이거 보는데, 너 생각났어.
너는 통학 경험 덕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
그런데 나는 이 드라마 보고 나서 무기력해지더라.
마음이 안 좋았어."

고증이 잘 된 통근 루트, 전철/지하철 이슈

집에서 정류장까지 꽤 걸어 나가야 하고, 정류장에는 마을버스가 서고, 버스를 타고 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까지 간다.

회사에서 출발할 때는 전철을 타고 동네 역에 도착한 뒤에,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집 근처 정류장에서 내린다. 거기에서 또 걸어서 들어간다. 그리고 걸어 들어가는 길이 밭 사이에 있는 길인 데다 가로등도 별로 없다. 이런 배경 설정이 아주 공감되었다.


그런데, 이 환경 설정에 대해서 부러움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믿는 사람이 있을까? 그나마 주인공 네 집은 시야가 확보되는 농작물이 심겨 있는 밭을 지나는데, 학창 시절에 나는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옥수수밭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남매의 귀갓길이 연출될 때마다 중얼거렸다. "그래도 복 받았다. 밭에 있는 작물이 키가 작아서 옆이 다 보이네. 옥수수밭은 진짜 무서운데.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리고 대사 중에서 전철/지하철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점도 고증이 잘 되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전철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부정적으로 말한 이는 없지만 말이다. 서울에서는 지하철이라고 하지만, 나는 지하철보다는 전철이 더 입에 붙는다.


통합러/통근러의 비애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저녁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자주 비춰준다.

그 인물의 성향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머나먼 통근 거리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힘을 들여 하루 일과를 끝낸 뒤에 갖는 모임은 즐겁지만, 그 모임이 파하고 나서 또 머나먼 길을 가야 쉴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잠깐 눈 붙였다가 다시 이르게 일터로 나서야 한다.


대학생활을 할 때, 동기들과 저녁 모임을 하고 돌아가면 다음날 높은 확률로 늦잠을 자거나 지각을 하거나, 과제를 빼먹거나 했던 기억이 난다. 1학년 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 2학년부터는 내 상황과 환경에 맞는 스케줄 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부모님께서는 성인이 된 내게 단 한 번도 통금 시간을 제시하신 적이 없지만, 나는 전철과 마을버스 시간에 따라 자체 통금 시간을 설정했다.


물론, 자주 그 시간을 넘기긴 했다. 서울에서 20시 이전에 집으로 향하는 것은 이것저것 하기 좋아하는 내게 꽤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쉬는 시간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서 전철 안에서도 공부 및 과제를 하기도 했다.


아쉬웠던 점

통학 또는 통근 시간이 길어지면, 어떻게든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시간을 관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철, 버스에서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그런 모습은 잘 다루지 않았다. 그 점은 아쉬웠다. 수 시간 통근자에게 전철과 버스에서의 시간은 이동하는 '자기만의 방'이 되는데 말이다.


전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선 채로 잘 수 있고, 시험공부 자료를 보면서 흔들리는 전철에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 겨울에 따끈한 좌석에 앉아서도 졸지 않고 과제 자료를 읽는 경지에 오른다. 여유가 있으면, 미리 오프라인 다운로드 해둔 영화를 감상하며 이동하기도 한다.


잠들거나 여가시간으로 활용하거나, 본인의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거나 함께 머문다. 시간이 갈수록 옆 앞뒷사람들이 가득한 것에 익숙해진다. 마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배낭은 본인 앞쪽으로 메고, 일회용 컵 음료 등은 반입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듯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일이나 휴식에 집중하는 것이 습관이 된다.


대학생활 내내 통학을 했기 때문에, 주 생활반경을 좁히는 것에 대해 로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취업했고, 운 좋게 주 생활반경을 좁힌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동네 안에서도 이동 거리가 좀 되지만, 통학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드라마를 보며 통학, 통근으로 인한 피로에 공감했을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와 파이팅을 전하고 싶다!

파이팅!


*통학 중에 전철에서 경험한 사건들을 글로 엮기만 해도 소설을 한 편 쓸 수 있을 텐데. 내가 그런 끈기와 인내심과 필력을 발휘할 있을까? 우선 메모부터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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