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벽을 허물며, 꿈꾸는 이들을 응원하는 뮤지컬 <구텐버그>
네? 제가 브로드웨이 제작자라고요?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관객조차도 일반 관객이 아니라 '브로드웨이 제작 전문가'로 역할 배정을 받게 되는 작품!
뮤지컬 구텐버그를 소개해보겠다.
뮤지컬, 연극 등 무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무대 형태는?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 대체로 네모난 공간이 특징적인 액자식 무대를 떠올릴 것이다.
액자식 무대의 특징은 관객석에서 볼 때 좌, 우 그리고 뒤가 막혀 있다는 것이다. 객석 방향으로는 열려 있지만, 무대와 객석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과 같다. 연기하고 연주하는 배우들은 객석을 의식하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가기 때문에, 객석과 무대를 구분하는 이 보이지 않는 벽을 '제4의 벽'이라고도 한다.
공연 중간에 잠깐 무대 밖 관객에게 말을 거는 연출은 흔하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이것은 무대입니다'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은 그보다는 흔하지 않다. *물론 이런 연출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관객이 극과 거리두기 할 수 있도록 설계한 형식을 서사극이라고 한다.
다시 구텐버그로 돌아와서, 이 뮤지컬의 매력이자 가장 큰 특징이 '제4의 벽을 부순다'인 이유를 살펴보자.
배경 설정만 봐도 왜 이런 연출이 자연스러운지 알 수 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본인들이 만든 작품을 올리는 꿈을 가진 두 청년이 있다.
이 청년들은 각기 다른 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무대에 올릴 작품을 만드는 데 힘썼다.
마침내, 반주자 한 명, 허름한 한 창고를 섭외해서 조촐하게 제작 발표회를 연다.
여기까지가 이 뮤지컬의 배경이다.
극의 배경 설정 덕분에 뮤지컬 구텐버그 무대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무대 밖 사람들과 소통한다. 애드리브도 활발하다. 대학로에서 유명한 '참여형 연극'처럼 관객을 무대로 옮기지는 않지만, 푹 가라앉거나 왁자지껄한 관객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예를 들어, 초연 당시 한 배우가 본인이 맡았던 타 뮤지컬 작품 역할을 언급하며, '헤드윅! 저 이 친구와 안면이 있어요.'라고 애드리브를 한 적이 있다.
공연 관람을 사랑하든, 공연을 사랑하는 나머지 본인이 직접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창고를 빌려서 투자자 및 공연 전문가들에게 본인들의 작품을 어필하는 무대이다 보니 무대 장치, 효과, 하물며 인물까지 턱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름이 쓰여 있는 모자를 필요할 때마다 바꿔 써가면서 창작자인 본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바쁜 2인극을 이어간다.
잘 나가는 뮤지컬은 이쯤 되면 많은 인원이 무대 위에서 합창을 한다거나, 어떤 색의 조명 아래 히로인이 등장한다거나 하는 설명을 직접 말로 하면서 발 바쁘게 뛰어다니는 두 청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재밌게 관람할 수 있다. 뮤지컬의 공식에 꼭 맞게 극을 이끌어가려는 두 인물의 노력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응원하게 된다.
꿈을 가진 자의 활기와 발랄함, 희망이 작품 속 많은 부분을 채운다. 하지만, 자칭 부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피로함 등 현실적으로 꿈을 좇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들도 보인다.
무대 밖에서 무대를 꿈꾸는 삶이 이 작품 속에서 그린 것처럼 희망차고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인물들의 아르바이트 이야기, 작품에 대한 애정표현, 열의에 찬 모습 등으로 격려를 받게 될 것이다.
* 이 작품 초연을 관람했던 것이 문득 생각나서 글을 썼는데, 2025년 현재도 7월까지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 초연 관람 리뷰는 오른쪽 링크 참조 : '1인 몇 역까지 봤니?', <구텐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