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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한 Feb 21. 2021

별일 아니겠죠?

올해로 사업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지만 돌이켜보니 많은 일들을 겪었더군요.


얼마 전, 방문한 세무사님이 잘하고 있다 말씀하시더군요. 창업 한 사람들 절반 이상이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데 책과강연은 잘 성장하고 있다며 말입니다.


그도 그런것이 서초동에 온지 이제 1년이 되어가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양옆으로 사라지고 생겨난 점포들이 꽤 보입니다. 쌀국수집은 전골집으로, 유인 커피숍은 무인 카페로.


거리를 걸으며 공사가 한창인 점포들을 보곤 합니다. 언듯보면 같은 공사처럼 보이지만 유심히 보면 사뭇 다릅니다.


개업을 위한 시설 공사는 힘이 넘칩니다. 힘들지만 과정 자체가 즐겁습니다. 주인인듯 한 남자가 바삐 오가며 이것저것을 체크합니다. 그의 얼굴엔 '희망'이란 두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반면 공사가 폐업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것이 있습니다. 바로 밖으로 날라지는 테이블과 의자를 발견할 때입니다. 그것들이 트럭 뒤에 쌓이면 중고 거래 업체로 운반이 됩니다. 그곳에서 이들은 또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되곤합니다.


_

얼마전. 집 앞에서 [맛의 공방] 이란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동네에서도 안쪽으로 꺽어들어가 길 모퉁이에 자그마하게 간신히 붙어 있는 이름마저 근사한 이곳은 기본 메뉴를 제외한 나머지 음식은 주인이 그날 내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곳이었습니다.


근사한 가게 이름과 독특한 메뉴 때문에 얼마 전부터 꼭 가봐야지하며 벼르고 있던 곳입니다.


지난주 이 집을 발견했을 때엔 불이 꺼지고 문이 잠겨있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더 휘갈겨쓴듯 한 쪽지 한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급히 병원 갑니다. 오픈 시간 저녁 5시까지 오겠습니다.' _

그날 늦더라도 '꼭 방문해봐야지' 결심하고 늦은 시간까지 전화 했지만 끝내 끝나지 않는 통화연결음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오늘 방문했더니 이번엔 '폐업'이라는 단어가 저를 반깁니다.


가을 낙엽처럼 건조한 그 단어가 가슴 한 켠을 왜그리 씁쓸하게 만들까요?


별일 아니겠죠?


_

아니면... 정말 아니면...혹시...그 전 주에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겨 급히 가게를 정리 할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들이 짧은 시간에 어지럽게 흔듭니다.


_

순간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에게 별일이 없기를 짧은 시간에 수 십번 진심을 다해 빌었습니다. 결국 그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자식이자, 배우자 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Salubrem et Felicem vitam viva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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