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양식 돈까스 좋아해요. 근데, 이 정도라면 제 가치관이 흔들릴 정도예요. 일본에서 먹었던 돈까스보다 맛있어요.”
백종원 대표의 위와 같은 극찬은 돈까스 전문점 ‘연돈’을 단번에 전국구 맛집으로 등극시켰습니다. 동시에 합리적 가격과 서민 중심의 콘셉트 음식에 대해 신뢰도가 높은 그의 한마디는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마케팅 홍보 폭풍을 몰고 왔습니다.
‘연돈’의 경우 투입대비 상상을 뛰어 넘는 결과를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유명한 ‘연돈’에서 돈까스를 먹었습니다. 운이 좋아 별 기다림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엊저녁 영업이 끝난 저녁 8시부터 14시간 동안 줄을 선후 대기표를 받고 다시 2시간을 기다려 다음날 12시 첫 번째 타임에 입장에 돈까스를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노력과 수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결론적으로 맛본 소감은 ‘맛있다.’입니다. 바삭하게 입혀진 튀김옷과 육질의 부드러운 식감. 무엇보다 본연의 맛이 잘 느껴지는 치즈 맛은 소문대로 일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고 할까요. 그 이외에 더 이상 감탄할만한 요소는 찾기 어려웠습니다(그렇다고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돈까스 전문점이 돈까스 맛만 좋으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분명 모자라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만 듣던 명성만큼 대단한 무언가는 없었다고 할까요?
돌아오는 길에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난 연돈에 대한 컨텍스트를 모른다. 고로 동기가 없는(혹은 스토리를 모르는) 목표를 이루었을 때 성취감과 만족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였습니다.
만약 제가 ‘골목식당’의 애청자였다면 ‘연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저의 감정을 이입해 지켜봤을 겁니다. 눈물겨운 주인장의 분투기를 보며 마음속으로 응원을 했겠죠. 거기에 제주 일정까지 겹쳤으니 하루쯤은 일찍 도착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고 밤새 허기와 피곤으로 지친 끝에 입 안으로 밀어 넣는 돈까스 한 점의 맛은 가히 천상의 맛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저는 그것을 먹기 위해 기다리지도 심지어 ‘골목식당’ 이란 프로그램도 보지 않아 연돈에 얽힌 스토리를 몰랐습니다. 그저 돈까스를 먹으면서 찾아본 기사 몇개가 전부였습니다. 비유하자면 그냥 지나가다가 배가 고파서 돈까스 전문점에 들렀는데 ‘어? 맛있네? 다음에 이 근처에 올 일이 있으면 꼭 다시 와서 먹어야지.’ 정도의 생각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바일디바이스와 플랫폼들의 발달로 시공간을 넘어선 콘텐츠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유튜브만 보더라도 업로드 되는 하루 치 동영상을 모두 보려면 꼬박 82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1분에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 된다는 말인데요. 수없이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나의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발견하게 하려면 콘텐츠들의 단순한 표면적 의미를 넘어서 주변 상황, 시간, 환경 등이 고려된 좀 더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바로 컨텍스트(context)라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 콘텐츠의 중요성만 대두됐다면 최근엔 컨텍스트가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의미 없는 정보가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갑자기 노출되면 그건 그냥 지나가는 콘텐츠가 되겠죠.
하지만, 사용자의 컨텍스트를 고려한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적절하게 노출시켜준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성 마케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개인화, 큐레이션 등의 개별적 필요에 의한 콘텐츠가 생산될 것입니다.
컨텍스트를 고려한 콘텐츠 생산은 분명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단순히 사용자의 나이, 환경, 장소, 시간뿐만이 그 뒤에 숨겨진 맥락(시대 배경, 문화, 사회) 등 좀 더 광범위한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컨텍스트 기반의 콘텐츠 기획을 위해서는 대상 그 자체 뿐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여러 방면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죠. 표면적으로 보이는 수치적 데이터를 뿐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여러 인문학적 요소들도 고려되어야 하기에 컨텍스트를 고려한 서비스 기획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성공했을 때에는 오래도록 소비자의 마음에 남는 각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제가 연돈에 대해 아주 큰 감흥을 얻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그것에 대한 컨텍스트에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