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책상 위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립니다. 액정에 뜨는 번호를 보니 모르는 번호입니다. 최근 핸드폰 번호로도 대출 광고가 많이 걸려와 혹시나 그런 내용인가 싶어 고민을 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_
“여보세요.”
“...” _
건너편에서는 지나가는 차 소리와 신호등이 곧 바뀔 모양인지 서둘러 건너라는 신호등의 신호음이 들렸습니다.
_
그렇게 2~3초 흘렀을까요? 중년의 남성 목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들려왔습니다. 그는 뭔가를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_
“저...오늘 퀵 받으실 거.. 있죠?” _
듣고 생각해보니 오늘 이른 아침에 결제를 해둔 노트북이었습니다. 당장 필요하기에 택배로 받는 것 대신 퀵서비스를 신청해둔 것이 그제야 퍼뜩 생각 났습니다.
_
“아! 네. 맞습니다. 어디세요? 금방 받아볼 수 있다고 했는데요? 다 오셨어요?”
제 말에 그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말을 이었습니다.
_
“다름이..아니고..혹시 급하신 건가요?”
‘퀵서비스’라는 단어와 ‘급하냐’는 단어가 묘한 모순감이 들었습니다.
_
“네. 급하니까 퀵 신청을 했겠죠? 무슨 일 있으신가요?”
물었더니 그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_ “아니..그게 아니라..혹시 안 급하시면 한 군데 들렀다가..가도 될 런지 싶어서요. 아아 물론 급하시면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_
다급하게 뒷 말을 마무리하는 그의 목소리가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_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얼마 전 읽었던 기사 한 줄이 생각났습니다.
_
“손님들이 닦달 할 땐 시속 100km를 밟아야 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위태롭게 아스팔트 위를 달리다가 어쩔 땐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_
라며 퀵 기사들의 인터뷰를 담은 그 기사의 제목은 [1만원에 목숨 거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망설이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 [목숨], [1만원]이 어지럽게 스쳤습니다. 그는 어쩌면 지금 한 곳을 더 다녀오면 오늘은 운수 좋은 날 일수도 있는 걸까요? 그의 질문에 답을 했습니다.
_
“네. 저 안 급해요. 천천히 안전하게 다녀오세요.” 그러자 그는 다시 말을 꺼내곤 급히 끊었습니다.
_ “감사합니다! 도착하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늦지 않겠습니다!” _
늦지 않겠다는 말을 힘주어 외치듯 마무리를 한 그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머리에 남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