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하지....
책을 읽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책을 읽긴 하는데, 왜 하나도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거지? 총체적 난국이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그래서 메모도 해보고, 책마다 독후감도 써봤다. 느낀 점과 감상 위주로만 쓰다 보니, 막상 책 내용과 책만의 특별한 점을 떠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많은 책을 읽고 어떻게 기억할까? "
궁금해서 또다시 '책'을 읽었다.
자기 꼬리 잡겠다고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도는 강아지와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책 내용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뭘까?"
녹색창을 통해 다른 분들의 독서법과 기록법을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우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고?"
"뭔 독서법이 이렇게 많아?"
책을 좀 더 빨리 읽으면서,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된 인스타그램.
가입과 동시에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 크고 작은 파도를 넘나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때, 내 눈에 띈 서평 하나. 책 한 권이 눈에 보이듯 쓴 게시물은, 책을 읽지도 않았지만, 책을 읽은 것 같은 만족감을 선물했다.
"바로 이거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 입 밖으로 나오려는 기쁨을 두 손으로 틀어막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소리 없는 아우성 이후 바로 써 본 서평. 서평을 기록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냥, 예전처럼 책을 읽었다는 만족감에 빠져 살 것인가.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을 것인가. 책 읽을 시간도 간신히 만드는 나에겐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됐다.
집안일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 손 많이 가는 아들 셋에 해달라는 거 많은 딸까지. 내 손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았기에, 읽을 것이냐 쓸 것이냐, 그것이 문제였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나는 서평을 쓰기로 했다. 매일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상. 집안일은 쌓여가고, 읽을 책도 쌓여가지만, 서평을 쓰며 쌓여가는 만족감이 너무 컸다. 서평을 쓰며 책을 읽기 시작한 지 다음 달이면 만 3년이다.
이젠 책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당황하지 않는다. 내가 쓴 서평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기록이었으니. 서평을 읽고 가만히 책을 떠올리면 책의 구성, 주요 메시지, 가장 마음을 흔들었던 내용까지 한 번에 떠오른다.
만약 저처럼 책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서평을 써 보시길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책 구성을 파악하고 꼼꼼히 메모하며 읽은 후, 책 한 권을 정리해 기록하는 서평. 바로 생각나지 않아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책 내용이 떠오를 테니 말이다.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하지. 어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