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이 글을 완성한다.
나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ADHD일까?
설거지하다 전화벨이 울려 전화를 받았다. 설거지는 까맣게 잊은지 오래.
세탁기를 돌려놓고 빨래를 갰다. 빨래를 개다가 방바닥에 머리카락이 보여 청소기를 돌린다. 빨래는 널브러져 있는 상태.
저녁 반찬으로 쓸 재료를 꺼내려고 냉장고를 열었다가 상해가는 토마토가 보여 꺼냈다. 상한 토마토와 음식쓰레기를 함께 버리고 왔다. 저녁 반찬 없는 저녁상을 차렸다.
하고자 하는 일을 금세 잊고 다른 일을 하는 나. 집중력이 짧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마무리 되지 못하고 여기 저기 널브러지기 일쑤였다. 늘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이 돼서야 끝내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하느라 종종거렸다.
아이를 낳고 나서 이웃집 아이 덕분에 ADHD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내가 자주 중요한 일을 잊곤 해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성인 ADHD 체크리스트를 해 봤다. 체크. 체크. 빈칸을 찾기 어려웠다.
나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ADHD일까? 육아와 집안일 핑계로 확인해 보지 못한 채 지금껏 살아왔지만, 집중력과 주의력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졌다.
일상이 이런 상황인데, 독서를 한다고? 그냥은 불가능했다. ADHD 판정을 받은 건 아니지만, ADHD 테스트 체크문항이 나와 델카코마니처럼 비슷하니 한동안 집중력과 주의력 높이는 방법을 수집했다.
집중력과 주의력 높이는 방법을 찾는 대로 일상에 적용했고, 맞지 않는 방법은 과감히 버리고, 빨리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수많은 방법을 시도한 끝에 나에게 맞는 방법을 드디어 찾았다.
먼저 시간을 정한다. 5분 동안 책 읽기. (이때 전화는 꺼둔다) 잠깐 쉬었다가 다시 5분 책 읽기, 잠깐 쉬고, 다시 책 읽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 집중하게 되고 쉬는 시간도 잊고 책 내용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보통 책을 읽기 시작하면 벽돌책이 아닌 이상 완독을 목표로 한다. 다시 집중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위의 방법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에 쓴 방법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독서시간이라고 정하고 다른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한 후, 오후 1시 이후에 하면 된다고 마침표를 찍고, '지금은 책 읽는 시간이다.'라는 생각만 하는 것. 다른 생각들은 다 접어둔다.
두 가지 방법을 상황에 맞게 병행하며 집중력과 주의력을 높이고 있다. 이 방법은 어딘가에 집중해야 할 때마다 쓰는 방법인데, 보통은 독서와 글쓰기에 쓰이고 있다.
일상은 엉성하게 산다. 실수도 하고 빼먹기도 하지만, 큰 사고만 없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가끔은 독서와 글쓰기를 완전히 빼놓고 사는 날도 있다. 한 가지에 마음을 쓰면 다른 것은 완전히 마음에서 지워버려야, 지금 하는 것에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 그 책 읽어야 하는데...'
'아, 장봐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는 순간, 집중력과 주의력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사라지고 만다.
오늘은 '지금부터 이 글을 완성한다.' 이외엔 아무 생각 안했다. 쌓여있는 설거지,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 안 보인다. 안 보인다. 되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