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모를테지.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게 된 사연
지역 맘카페에서 어떤 분의 첫사랑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한 아이가 있었다.
'흠. 나도 첫사랑이 있었지.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처럼 여전히 알 수 없는 아이가.'
잠도 오지 않는 새벽. 우연히 스친 생각 하나로 핸드폰 메모장을 열었다.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도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풋풋했던 그때로 돌아간 기분 속에 빠져들었다. 글을 쓴다는 매력을 처음으로 느낀 날. 카페에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 우연인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여 등록하기를 눌렀다.
새벽 1시. 띵똥. 알림 소리였다. 10분 전에 올린 글에 달린 댓글 하나에 심장이 쿵쾅댔다.
"다음 이야기 궁금해요. 오오오... 언제 올리실 건가요?"
졸리던 눈이 말똥말똥 해지고, 언제 피곤했냐는 듯, 다시 메모장을 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1편을 올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편을 쓰며 흥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긍정적인 반응 덕분에 나는 꾸준히 글을 썼다. 하루 한 편. 일주일 동안 평범한 내 첫사랑 이야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회원님들을 생각하며 창작혼을 불태웠다. 아이들이 잠든 밤동안 글을 쓰고, 오전 중으로 다음 편을 퇴고해서 올렸다. 하루 종일 엔도르핀이 팡팡 터져 피곤한 줄 모르고 살았던 그때, 설렌다는 단어를 하루종일 온몸으로 느꼈다. 첫 댓글을 달아준, 얼굴도 모르는 그녀에게 매일 감사인사를 남겼다. 물론 마음으로.
연재가 완료되고, 곧 열병은 시작됐다. 또 다른 글을 쓰고 싶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꼭 써야 할 글도 없었지만, 나는 그저 쓰고 싶었다. 그러던 중, 수많은 알림 중에 놓친 댓글 하나가 눈에 띄었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운명처럼 알게 됐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세요. 다음 글이 기대돼요."
익숙한 닉네임이었지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댓글 하나로 나는 감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녀는 모를 테지. 가볍게 쓴 댓글 하나가 한 사람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다는 것을. 읽어야 할 책도 잊은 채,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한 글을 썼다는 것을. 쓰고 고치길 여러 번, 도전하고 떨어지길 여러 번,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처음 맘카페에 글을 쓸 때, 끝까지 써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없었다. 브런치 작가되기 첫 시도에서 시무룩 금지 메일을 받았을 때, 내 글은 맘카페에서 조금 호응이 좋았을 뿐이라며 애써 위로했다. 한 번에 딱 붙을 거라는 기고만장한 생각은 나만 아는 비밀로 숨겨두었다.
그래도 늘 새로운 페이지에 첫 글자를 입력했다. 글을 왜 쓰는지도 모르고, 게임 퀘스트 완료하듯 시작된 글쓰기. 내 무모한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나도 궁금하다. 오늘도 새로운 페이지에 첫 글자를 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