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친구를 찾아 나섰다.
지역 맘카페를 기웃거리다.
책을 이제 막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따로 기록하거나 누군가와 공유하지도 않았다. 그냥 읽기만 했다.
책을 읽다 재밌는 장면이 나오면, 깔깔깔 웃으며 누군가와 함께 공감하고 싶었다. 감동적인 책을 읽으면 여운이 길어, 다른 사람과 책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집에 사는 짝꿍은 책에 전혀 관심이 없다 보니,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꿈은 해소되지 못하고 쌓여갔다.
주소지 상 같은 동에 산다는 공통점으로 모인 온라인 맘카페를 기웃거리며, 독서 친구를 찾아 나섰다.
내 가족 포함 친구들과는 취미가 겹치질 않으니, 온라인 맘카페를 통해 만난 인연이 참 귀했다. 시절인연이라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함께 호들갑 떨며 흥분해 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날 인연은 만나게 되고, 엄청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이면 만나지 못한다는 뜻을 가진 시절인연.
책 이야기가 고팠을 때 그렇게 나가고 싶었던 독서모임에서 빈자리가 났다. 타이밍과 우연이 겹쳐 나에게도 시절인연이 닿았고, 함께 하는 동안 행복했다. 친구, 가족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크고 작은 상처가 많았기에, 책이라는 관심사로 만난 시절인연이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를 배려하는 관계가 주는 안정감이 좋았다.
만족과 평온이 함께한 독서 모임이 해체되는 순간이 오고 말았다. 코로나.
어떻게든 참석하고 싶었지만,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아이들을 놔두고 나갈 수 없을뿐더러, 여기저기 발병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위험천만한 길을 나설 수 없었다.
코로나가 잠식되면 참석할 거라는 마음으로 참고 버텼던 몇 달.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독서모임 해체 소식을 듣고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고장 났는지, 진정되지 않았고 아팠다.
모임이 해체된 후에도 모임 멤버들과는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았다. 결국 연락이 끊겼지만 아쉽지 않았다. 비록 독서 모임으로 만난 시절인연은 한 단락 마무리 되었지만, 다음 단락을 쓰는 날이 오길 열린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깊은 관계를 주고받는 인연만 소중한 게 아니더라. 짧게 만난 관계라도 그 순간은 진심이었으니, 소중할밖에. 인연이 끊겼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연히 스치듯 만난 어느 날, 첫날처럼 반갑겠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여전히 소설 좋아하세요? ㅇㅇㅇ 읽으면서 ㅇㅇ 생각났어요."
라며 반가운 마음을 쏟아내느라, 가던 길을 멈춘 채 서로의 손을 맞잡겠지. 언제 어디서 또다시 이어질지 모를 인연이 될 테니까.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독서모임 모집글이 보인다면, 우선 신청부터 하자. 시절인연을 떠나, 소울메이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