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쉬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책을 읽었다.
한 달에 몇 권을 읽는 게 뭐가 중요한가 생각했지만, 북스타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한 달마다 정산을 하게 됐다. 작년엔 많은 책을 읽으며 공감과 배움의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고 느낀 점 위주로 피드를 작성하던 북스타그램 활동 초기.
피드에 소설의 정보를 더하고 책 정보를 보태면서 서평의 형태를 갖춰 갔다.
스스로 남들만큼 썼다는 생각에 출판사의 서평단 모집 글에 도전을 시작했고, 당첨되면 남몰래 기뻐했다.
그때부터였다.
'좀 더 잘 쓰고 싶다.'
'술술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욕심을 내기 시작한 순간부터 글은 빽빽해지고 답답해졌다. 편하게 쓰던 서평은 어느새 무언갈 가득 채워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방향을 잃었다.
빈 공간 없이 가득 채운 글.
반응은 싸늘했다. 몇 줄 간단하게 남긴 후기보다 몇 시간 공들인 서평은 팔로우를 등 돌리게 했다.
나 혼자 만족하며 썼던 글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그때부터 남들이 쓴 서평을 찾아서 읽어보느라 인스타와 블로그, 카페 등을 기웃거렸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서평들!!
'어? 내가 썼나?'
하는 쓴웃음 짓게 하는 서평들까지!!
다양한 글들을 읽고 보니 더욱 마음만 조급해졌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쓰지?‘
방향을 잃은 서평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길도 잊게 했다.
우선은 써야 알 서평이 밀려있는 상황.
항상 쓰던 방법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 다른 글들을 읽고 온 후라 공유하기 누르는 일이 부끄러웠다.
문장들도 상당히 어색해 보였고, 스토리텔링도 부족해 보였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양한 템플렛을 제공하는 책,
글 쓸 때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알려주는 책,
글 쓰면서 궁금했던 질문들에 시원한 해답을 말하는 책,
글을 쓸 때 참고해야 할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알려주는 책.
그 외에도 많은 글쓰기 책을 읽었다.
그래도 글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기에만 급급했다.
책 한 권을 거의 필사하다시피 한 기록은 오히려 필요할 때 써먹지 못하는 무용지물이었다.
모든 것을 멈추고 글쓰기 책을 재독 했다.
글쓰기 초보인 나에게 꼭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들만 다시 뽑아 암기카드에 정리.
암기카드에 적힌 글쓰기 노하우는 잊혀 가는 기억을 붙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조금씩 시도하고 변화를 주던 글쓰기.
이젠 궁금해졌다.
내가 이렇게 쓰고 있는 게 맞는지 정확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친들의 '좋아요'는 고래도 춤추게 할 칭찬이지만, 정확한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갈증은 채워주지 못했다.
출판사를 기웃거리며 1일 특강, 글쓰기 강좌 등을 챙겨 듣기 시작했고 글쓰기 모임이 운영되는 곳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참여한 곳은 1인 출판사의 대표님이 하시는 합평 모임이었다.
2주에 두 편의 에세이를 써야 했고, 분량은 A4용지 두 장. 책에 실리는 에세이 한 꼭지를 완성해야 했다.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했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해보자는 의지를 불태웠다.
첫 합평 시간.
나 포함 신청자는 총 세 명이었고, 편집자는 오히려 단출해서 좋다며 긍정적이었다.
서평은 책 내용에 내 생각을 추가하는 일이라 내 이야기를 쓰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일부만 공개하는 일이니 마음껏 썼다. 주저 없이.
에세이 한 꼭지를 채우는 일은 달랐다.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생각, 나의 못난 부분, 나의 지인들의 이야기까지 모든 것을 담아야 하는 일이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
'이 이야기를 남들이 알아도 될까?'
첫 글을 쓰는 동안 걱정이 많았다. 써봐야 아는 고민들을 첫 합평을 준비하며 경험했다.
수많은 글쓰기 관련 책에서 '매일 글쓰기를 멈추지 마라.' '뭐라도 써라.'라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책을 읽고 알게 된 정보보다 글 한편을 완성하면서 몸으로 부딪힌 경험이 더 큰 기억으로 남았다.
첫 합평이 있던 날,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내 글을 오프라인으로 타인에게 처음 보여주는 날.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모든 상황이 눈앞에 그려진다.
떨리는 목소리, 프린트해 온 에세이 한 편.
참석한 사람들에게 프린트 한 부씩을 나눠주는 나. 받은 사람들은 곧바로 눈으로 읽기 시작했고, 긴장은 배가 됐다.
"너무 잘 쓰셨는데요?"
"글이 리듬감이 있어서 읽는 동안 재밌었어요."
"정말 모도님이 다 쓰신 거예요?"
다양한 칭찬의 말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기분은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랄까.
웃풍이 심한 회의실이라 모두가 추워했지만 나 혼자만 들뜬 마음으로 후끈후끈했다.
드디어, 편집자의 피드백이 시작됐다.
"모호한 표현이 있어요. 더 정확한 표현이 좋아요."
"애가 몇 명이예요? 기본 정보가 좀 더 추가되면 좋겠어요."
쓴소리들이 오히려 반갑고 좋았다. 내 글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 코멘트 하는 편집자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열심히 필기해 온 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에세이를 고쳐보았다.
역시. 훨씬 읽기 편했다.
그러니까,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 받고 거의 열 달이 지난 후에나 글쓰기를 시작한 나.
글린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글 쓰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까? 궁금하다.
며칠 전부터 매일 글쓰기 모임도 참여했다. 다양한 글쓰기 참여 프로그램들을 섭렵하면서 내 글이 점차 좋아지길 소원한다.
그 모든 활동의 시작은 글쓰기.
일단 쓰는 일.
이젠 꿈에서 깰 시간이다.
글은 쓰지도 않고 글을 잘 쓰고 싶었던 나는 지독히도 무지했다. 욕심만 부렸다.
노력하지 않는 재능은 쓸모없다 했다.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 글은 초보자 중에서 초보자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매일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은 그것부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