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축하받을 일.

by 모도

by 모도

“우와, 너무 축하해. 너 한 턱 쏴.”

“그래. 크게 쏜다. 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조만간 또 연락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친구와 전화를 마쳤다. 중학교 3학년 2학기가 이렇게 정신없는 시간일 줄 미처 몰랐다.

여름 방학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시작되는 자사고, 특목고, 과학고 지원 접수.

이때를 위해 빠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 과학 학원을 보내며 아이를 뒷바라지하는 부모들이 있다. 친구 아들은 과학과 수학을 재밌어하는 아이여서 과학고를 목표로 꾸준히 공부해 온 아이다. 그 어린 나이에도 인생의 1차 목표가 과학고라고 할 만큼 아이의 열정도 대단했다.

하고 싶어 하는 아이어서 더욱 과학고의 합격 여부가 중요했던 친구. 불합격하면 아이의 실망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던 친구는 입맛도 잃었고 온몸이 아팠다.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과 달리, 몸은 여기저기 신경성이라는 이름의 통증을 동반했다.

걱정과는 달리 과학고 합격. 잘 해낼 거라 믿었던 만큼 크게 축하했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받은 기분이 드는 건 나뿐만은 아니었나 보다. 친구의 목소리에서도 기쁨이 묻어났다.

전화를 끊고 다음번에 만날 때 꽃 한 송이라도 챙겨가서 축하해야겠다 마음먹고서야 친구의 무엇을 위해 축하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됐다.



축하는 남의 좋은 일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뜻으로 인사하는 것이라고 사전에 명시돼 있다.

생일이 되면 나의 태어남을 축하하고, 엄마가 고생한 그날을 기념한다.

입학을 하면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축하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친구의 아들을 축하할 일이지 친구를 축하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가 승승장구하는 일이 내 일처럼 기뻐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 누구랄 거 없이 모두가 그 부모에게도 축하의 메시지를 남기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아이가 대학에 입학해도 “그동안 고생했네. 네가 욕봤어. 축하해.”라며 상대방의 아이가 아닌 엄마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말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축하도 함께.

자식 일이 곧 내 일인 것처럼.

이번 일을 통해 깨닫기 전엔 나조차 그랬으니, 자연스럽고 오래된 관습이랄까?

내가 축하받은 일.

자녀가 잘 돼서 축하받는 일 말고 오로지 나를 위한 축하를 받은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봤다.

내 생일 빼고 주고받은 축하 속엔 언제나 주체는 아들, 남편, 가족이었다.

나는 없었다.

가족구성원의 축하를 내 일인 것처럼 축하받는 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인 축하 자리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는 바란다. 큰 꽃다발을 한 아름 받아 안고 축하받을 일이 생기길. 한껏 고양된 기분에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마음껏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을 말이다.




종종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다는 피드를 보게 된다.

나도 승인 메일을 캡처해 자랑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을 담은 피드를 남겼다.

1년 안에 생일 말고 온전히 내 일로 축하받은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떠오르는 일이 이것뿐이다.

브런치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다는 피드를 올린 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축하 댓글 받은 일이 전부였다. 물론 기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브런치 작가의 의미를 아는 분들의 축하는 내겐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 주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다.

나조차도 몰랐는데 남편이라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았을까.

내가 그렇게 기뻐하는 일에 남편은 어떤 감흥도 없었다. 축하받고 싶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머쓱하기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남편의 반응은 나의 들뜬 마음에 찬물을 끼얹은 듯 차갑기만 했다.

남편은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상처받지 말자고 마음을 다스려봐도 차오르는 서운함은 어쩔 수 없었다.

“책을 내야 작가지. 글 쓰는 일로 돈을 벌어야 작가 아냐?”라고 야무지게 말하는 극 T의 남편.

이해가 돼야 공감도 되는 사람이라, 현실적인 말만 하며 가슴을 후벼 판다. 들뜨고 부풀었던 마음은 어느새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글거린다.

오늘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의 나였다.

남편의 한마디는 나의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단지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을 뿐인 현실.


‘누가 그걸 몰라?’

‘그냥 축하해 주면 어디가 덧나니?’ 가자미 눈을 하고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축하받는 일. 상상만으로도 벅차다.

‘가족들을 축하하며 함께 받는 축하가 아닌, 나를 위한 축하 파티를 꼭 열겠다.’라는 큰 포부를 키우게 하는 남편의 말.

쭈그러든 마음을 다림질로 팍팍 펴본다. 기대의 바람도 슉 밀어 넣어 본다.

'현실을 인지하게 해 줘서 고마워. 내가 더 열심히 할 마음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흥칫뿡!! '

슬슬 귀찮아지고 막막해지는 글쓰기에 더욱 힘을 쏟아본다.


온전히 내가 주인공인 축하 파티를 위하여!!!!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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