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픈 말을 들었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는 아이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 눈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엄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우는 아이를 떠올리면 지금은 이렇게 웃음이 나지만, 그땐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심장을 후벼 파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던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라니. 좀 컸다고 세상의 모든 것에 뾰족한 가시를 드러내느라 잔뜩 힘을 준 요즘.
그때의 상황과 아이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과는 달리, 무척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훗훗.
아이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당황한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우왕좌왕하던 저녁. 아찔했다.
나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네 명의 아이가 있다.
올해로 17살 된 첫째, 15살 된 둘째, 12살 된 셋째, 9살 된 넷째. 위로 셋이 아들, 막내만 딸이다.
네 명의 아이는 성격과 입맛, 생김새까지 제각각이다. 묘하게도 아빠와 엄마의 일부를 골고루 닮은 아이들.
좋은 점만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나쁜 점도 골고루 닮았다.
"나 닮아서 그래." 라며
좋은 건 다 날 닮았길 바라는 철부지 엄마.
부족한 엄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큰 탈 없이 잘 자라주고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쌍꺼풀 없이 큰 눈. 새까맣게 큰 눈동자. 도톰한 입술에 동그란 얼굴.
증명사진 찍는다고 무표정하게 앉아 있어도 미모가 빛을 발하는 내 새끼.
엄마 눈이라 백 퍼센트 객관적일 수 없겠지만 나에게도 멋진 아들이 있다.
모르는 것 빼곤 다 아는 아이. 호기심이 많아 늘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 한 가지에 집중하면 완성해 내고야 마는 아이. 못 해본 것 빼고 뭐든 적당히 잘 해내는 아이. 잘하지 못하면 꾸준히 연습해서 해내는 아이. 규칙을 잘 따르는 아이. 인사성도 밝아 딸 있는 동네 아줌마들이 사위 삼고 싶다 하는 아이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우리 집 둘째다.
막내가 5살쯤 됐을 때의 일이었다.
첫째는 13살, 둘째는 11살, 셋째는 8살 때의 그날 저녁.
여섯 가족이 거실 탁자에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했다.
아이들은 밥 먹는 일엔 집중하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밥그릇을 엎기도 했고, 누군가는 반찬을 흘리기도 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는 저녁 식사 시간.
나는 막내와 셋째를 챙기면서 급하게 저녁을 먹고 있었고, 첫째와 둘째는 스스로 먹을 나이가 됐으니 아빠와 이야기하며 밥을 먹었다.
평범한 일상. 늘 반복되는 저녁 시간의 모습이었다.
느닷없이 둘째의 울음이 시작됐다.
화난 목소리, 커다란 눈엔 눈물이 가득했다.
“둘째야, 왜 그래?”
하며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아이는 나를 보며 울다 휙 돌아앉았다.
오지 않겠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눈물 섞인 말을 내질렀다.
“앞으로 다신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엄마를 사랑하니까 내가 이렇게 아프잖아요.”
라고 말하면서 아예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 말이 어찌나 아프던지 금세 내 눈에도 눈물이 차올랐다.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예상할 수도 없었다. 난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