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결산
나는 둘째 아이의 돌을 갓 넘긴 돌끝맘이다.
다시 말해 작은 언덕 하나 겨우 넘은, 이제 조금 더 높은 언덕을 향해 걸어가는 엄마다.
이 작은 언덕 하나 넘는데도 몸에서 피 땀 눈물을 쏟아냈다.
진작 아이들을 다 키워놓은 부모가 나를 보면 '에이 뭐 그정도가지고'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겠나. 나는 아직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는 걸음마 정도 하는 엄마인데.
그래, 솔직히 말해 지난 1년간 아이를 둘 낳아서 '참 뿌듯하다'라고 느낀 적은 매우 드물다.
후회를 한건 아니지만 행복에 겨워 흐뭇하게 미소지은 날이 365일 중에 열흘은 됐을까.
나만 이렇게 사는건 아닐꺼라고 생각하는게 내 스스로에게 주는 유일한 위로였던것 같다.
육체가 고되고 마음이 힘든 날에는 속으로 이렇게 푸념하기도 했다.
'아이가 늘어나면 가정의 행복도 그만큼 늘어나야 할텐데 어찌된게 반비례하나'
아이들이 밤에 잠들고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주는 선물은 '혼자 보낼수 있는 시간'
즉, 서로 건드리지 않는것이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진짜 그랬다.
부부 감성 대화도 사치였다. 필요한 말만 했다.
첫째가 어린이집을 다니고부터는 어쩜 그리 쉬지도 않고 아픈지 아이가 기침 콧물 열 식욕저하를 달고 살았다.
한 명만 아파도 걱정인데 당연하게도 돌도 안된 둘째 역시 오빠와 아픔의 궤를 똑같이 했다. 체력이 떨어진 남편도 자주 아팠고 급기야 새벽에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굳이 따지면 육퇴후 혼자 보내는 시간도 거의 없었다.
지난 1년간 가족이 아프지 않았던 날을 다 합치면 30일 정도 되는것 같다.
이러니 내가 육아에 재미를 느낄 틈이 있었겠는가. 육아는 커녕 삶이 재미가 없었다.
행복하자고 아이 둘을 낳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둘째가 11개월쯤 되면서부터 숨구멍이 트이는 것 같았다. 둘째가 오빠를 인식하고 오빠만 보면 좋아한다. 우리 가족을 지독하게도 괴롭혔던 병균들이 더위와 함께 바싹 말라 사라졌다. 엄마 아빠만 찾던 아이들이 어설프게나마 둘이서 놀기 시작했다(백번 중에 두번 정도 있는 일이지만). 둘째의 이앓이가 끝나면서 아이가 밤에 잘 깨지 않고 깊이 잠들었다. 어쩌다가 가끔 첫째가 둘째를 도와주기도 한다(포크로 과일을 찍어 입에 넣어준다든가). 우리 부부가 다시 대화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고 책 읽을 시간과 체력도 생겼다. 스트레스로 맥주를 마시기보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둘째 돌사진을 찍기위해 사진관에 갔다가 좋은 기회다 싶어 남매사진도 함께 찍었다. 사진을 잘 찍는 큰아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동생을 뒤에서 살포시 안기도 하고 손을 잡기도 하면서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는데 왜그리 마음이 뭉클하고 울컥하던지. 두살 터울 오빠의 작은 품에 머리를 기대는 둘째 아이에게도, 동생쪽으로 몸을 비스듬히 돌려 아기를 품는 큰아이에게도 감사한 마음 뿐이었다.
이 세상에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두명이나 있다. 이 아이 둘이 온가족에게 뿌리는 행복은 감히 돈으로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다. 꼬물대는 아기 강아지들처럼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둘 낳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