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메뉴가 미역국이라고?

미역국 전문 식당의 존재가 감사했던 날

by 루이지애나미술관

"연애 때라면 외식으로 생각지도 않았던 음식인데 아이들이 있으니 이런 메뉴를 파는 식당이 있어서 반갑네"


미역국 전문 식에서 아이들과 식사를 하며 남편과 나눈 대화다.

아이들과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놀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할 곳을 찾고 있었다.

집에 가서 밥을 하려니 덥고 시간도 많이 걸려 근처 외식할 곳을 탐색했다. 아이가 있는 집은 대체로 그렇겠지만 어린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면서, 먹이기(혹은 아이 스스로 먹기) 편하면서, 장소가 정갈한' 식당을 찾게 된다. 그러다 보니 조건을 다 만족하는 식당을 추리면 실상 몇 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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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특히나 아이들이 두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놀아서 너무 배고파했고 낮잠시간까지 다가오고 있어서 빠르고 마침맞은 메뉴 선정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동안 열심히 손품을 팔아 음식점을 검색하고 있는데 'XX미역'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감사하게도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이거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에게 미역국을 먹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니 환호성을 지르며 좋다고 했다.


생선구이와 미역국, 김까지 아이들에게 거의 최고의 식단이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먹고, 밥과 반찬을 더 달라고 하고, 마지막 국물까지 그릇째로 먹었으니 완벽 그 자체 아니겠는가. 매일 매 끼니 이렇게만 먹어주면 바랄 게 없겠다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잘 먹었다.


아가씨 때였으면 친구들끼리든 연인과 함께 가든 미역국을 돈 주고 사 먹는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집이 아닌 외부에서 미역국을 돈 주고 사 먹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에게 "미역국 돈 주고 사 먹어 봤어?"라고 대뜸 물으니 없는 것 같단다. 메뉴 선정이 탁월했다며 엄지척 칭찬까지 보내주는 남편이었다.


미역국 식당에서 외식을 했을 뿐인데 '우리'는 아이 엄마 아빠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금 깨닫는다. 우리는 아가씨 총각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아무리 내 배가 고파도 아이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게 먼저다. 외식을 했는데 아이가 평소보다 잘 먹으면 일단 그 식당은 외식 단골 후보지에 올린다. 평소에는 돈 주고 굳이 안 사 먹을 것 같은 메뉴인데 아이가 잘 먹으면 '이 메뉴로 식당을 운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이 생긴다. 오늘처럼 말이다.


미역국그릇에 남은 밥과 국물을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모아 아이 입에 넣어주며 생각한다.

'아가씨때 생각하지 말어~ 그냥 아이가 미역국 맛있게 먹으면 그게 행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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