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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Aug 31. 2023

불평불만에 관하여

Move on 할 준비가 된 불평에 관하여

불평불만에 관하여  


불평하는 것은 정말인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실질적 이익이 전혀 없을뿐더러 그저 불평은 불만을 더욱 강화시키고 불만이 강화되면 그것은 곧 불행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불평을 끊기로 했다. 일부 상황에서는 불평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가 되거나 기분도 마음도 자연스레 풀리면서 불만이 싹 사라질 때도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엔 모기 물린 곳을 긁는 것과 같아서 물렸을 때 긁으면 그 순간 시원해지지만 어디 한 번만 긁게 되나. 긁으면 긁을수록 상처는 커지고 그저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곧 가라앉았을 부위도 더 커지거나 못 견디게 간지럽고 종국엔 피를 보는 경우가 많다.(나의 경우엔 그렇다.) 순간적으로 시원함을 느끼지만 결국 상처만 더 커질 뿐이다. 불평하는 것도 이와 비슷해서 불평하지 않고 그 순간 잠시 견디고 다른 것에 집중하다 보면 잊어지거나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불평을 쏟아내면 불만은 더욱 커지고 나아가 내 인생은 왜 이렇지, 내가 뭘 잘못했길래 등의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내 남편은 프로 불평러다. 내가 프로를 붙이는 까닭은 그는 정말인지 불평을 좀처럼 불만과 불행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철저히 그는 move on 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불평을 한다. 약간 다큐멘터리처럼 내레이터처럼 말한다. 자기감정을 어딘가에 뚝 떼어 놓고 말하기에 자기가 잘못한 일도 아주 나쁜 행동이었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어, 아주 바보 같은 행동이었네? 라며 거침없이 말한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말하는데 사실 그 말엔 자기가 했던 행동의 창피함이나 부끄러움, 자책등과 같은 것들은 담겨 있지 않다. 반대로 상대가 했던 행동을 지적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말에도 상대를 향한 비난이나 원망은 없다. 그러니 그가 하는 불평은 자기 성찰에 가깝다. 보다 그 문제에 대한 결론을 빠르게 얻은 후 그리고는 훌훌 털어버리고 다른 일에 집중한다.


처음엔 그가 불평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듣고 있으면 약간 지치기도 하고 우리 부부사이에 있던 일들에 대해 말할 때도 이런 방식이어서 감정적인 나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고 그에 대한 이해도가 생긴 후에는 나 또한 좀 더 객관적으로, 감정을 떼어놓고 대화하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불평 방식이 하도 신박해서 나도 따라 해보려고 했지만 나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불평하기 시작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불만들도 마구 튀어나와 더 커지기 일쑤여서 대개 불평의 끝은 좋지 않았다. 마치 다이어트할 때 입 터짐처럼 초콜릿 한 조각 먹으려다가 결국 과자 한 봉지 클리어 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불평이 그렇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았는데 불평하는 대신 그 상황의 좋은 면을 찾아보는 것이다. 당연히 불만이 가득 차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점은커녕 그런 시도조차 하기 싫다. 그렇지만 억지로, 정말 억지로 한다. 물론 그 상황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지 않은데 왜 해야 하나, 이렇게 해서 뭐 하나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억지로 쥐어 짜내면 하나라도 나온다. 그 하나가 중요하다. 하나가 생각이 들면 두 번째 좋은 점을 찾는 것은 쉬어진다. 좋은 점을 하나 둘 찾다 보면 어느새 불만으로만 가득 찼던 내 머릿속에서는 불평과 긍정사이의 토론회가 열린다. 치열한 토론회가 끝날 즘이면 어느새 생각이 정리가 되고 나는 보통 이 상태에서 남편에게 반성문 쓰듯이 말하는 편이다. 이 단계에서는 남편이 이따금씩 해주는 조언에도 좀 더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이미지는 아래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www.nbcnews.com/better/amp/ncna76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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