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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Oct 18. 2022

공황장애 기저 원인  

깊은 내면에 닿다

며칠  공황의 기저 원인을 찾아 정리했다. 처음 공황 관련 교육과정을 들었을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 내용 중에 하나는 공황은 하루 이틀 안에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공황이  근본적인 이유가 회사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하루 이틀 만에  것은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 힘들었던 일이 공황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관련 책을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런 내 생각에 의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렇게 몇 달간의 나를 지켜보며 그동안의 개인 사를 차근히 곱씹고 분석해 보니 저 깊이 숨겨져 있던 나의 내면의 원인까지 닿을 수 있었고 그 원인에 닿는 순간 머릿속에서 계속 뿌옇게 드리웠던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다.

또한 내게 나타나는 모든 증상들이 그저 기저 원인에 결과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나 자신과 분리가 가능해졌다. 나는 공황 중에 신체화 증상보다는 우울감이나 무기력 등의 정서화 증상이 심했는데 그런 증상을 겪고 있는 현재의 나를 과거의 생기 넘치던 나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내 성격이 공황 때문에 완전히 변했다고 생각하고 좌절했다. 즉 나 자신을 증상과 동일화시켰고 그것이 더욱 우울하게 했다. 과거의 특정 원인이 나를 결국 공황으로 몰고 간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걸어온 내 행보를 보면 나다운 선택들을 해 왔다. 공황 증세가 온 후 나 자신을 영영 잃어버렸고 못 찾을까 봐 그것이 가장 두려웠는데 정리해 보니 나는 여전히 나였다. 다만 과거에 따른 결과로 공황 증세가 왔던 것뿐이었다. 이 사실을 정리하니 비로소 증상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워졌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분명해지고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대호 중 하나인 레이크 온타리오

오늘은 일요일 아침이었고 잘 자고 일어난 덕에 컨디션이 좋아 차를 끌고 곧장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좋아하는 곳에서 꽃도 사고 커피도 샀다. 호숫가 앞에서 커피 마시며 책을 읽으려고 공원으로 향했는데 웬걸 저 멀리서부터 보이는 호수가 심상치 않더니만 온 동네가 세차고 시원한 파도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에이 오늘 책 읽기는 다 글렀네.

나는 내가 지금 앉아 있는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야트막한 언덕에 있는 벤치를 좋아한다. 거기서 호수를 내려보고 있노라면 이 커다란 호수가 모두 내 것인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 순간만큼은 지금 여기서 내가 단독으로 전세 낸 건 맞으니까. 이 순간만큼은 오대호 중 하나가 다 내 거다.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세찬 파도는 마치 박력 터지는 남자의 거친 포옹처럼 보였다. 이제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너의 마음의 찌꺼기들은 내가 다 쓸어버리겠노라고. 자기가 다 가져가겠노라고. 너는 이제 다 괜찮다고. 그렇게 파도 품에 안겨 내 마음을 씻고 왔다. 넓디넓은 끝이 안 보이는 호수.

그렇게 한참 파도 멍을 때리다가 차로 돌아오는 데 거리는 파도 소리로 가득 찼고 낙엽과 꽃내음이 뒤섞인 바람 냄새가 났다. 이 계절의 바람 냄새가 참 좋다.

#공황장애 #공황장애극복 #사색 #캐나다 #레이크 온타리오 #책 #독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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